우문숙 대전 서구 자원봉사협의회 사무국장
우문숙 대전 서구 자원봉사협의회 사무국장
`어머님!~ 천천히…천천히… 제 손 잡으시고요~`, `아버님! 여기 휠체어에 앉으세요~ 모셔 드릴께요.` 이제 꿈속에서도 중얼거리는 말들이다.

대전 서구자원봉사협의회 일원으로 자원봉사에 작으나마 손을 보탠 건 겨우 5개월, 반년도 채 되지 않는다. 요린이(요리 초보), 골린이(골프 초보)가 아닌 봉린이(봉사 초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남은 삶의 동반자가 봉사활동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코로나-19라는 듣도 보도 못한 감염병이 지난해 출현하고, 곧 지나가리라는 바램과는 달리 세계적 팬데믹으로 몰고 가더니 마스크 대란을 지나 지금은 백신 예방접종으로 나라가 혼란스럽다.

지난 4월 15일, 전국에 백신예방접종센터가 만들어지고 접종이 시작됐다. 대전 서구도 도솔다목적체육관에 백신예방접종센터가 개소됐다.

백신예방접종센터의 자원봉사 활동분야는 진입차량의 유도, 차량주차 안내 그리고 대기와 접종 장소로의 동선 안내였다. 이를 위해, 자원봉사센터에서는 일일 30명 정도의 봉사자를 우선 모집해 오전, 오후로 나눠 현장 사전교육을 하고 배치해야 했다.

여기서부터 암초를 만났다. 자원봉사자가 자판기에서 동전만 넣으면 시원한 음료수가 나오듯 하는 것이 아니었다. 더욱이 11월까지 7개월 동안 계속되는 장기전에 대비해야 해서 전쟁준비를 방불케 했다.

선제적으로, 필자가 소속된 서구 자원봉사협의회와 적십자 봉사회 서구지부가 긴급 투입됐다. 곧바로 자원봉사자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자원봉사센터와 대전 서구의 자원봉사단체가 머리를 맞댔다. 적정 인원의 봉사자를 7개월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관리해 나갈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다행스럽게도 9개 봉사단체가 나섰고, 그동안의 봉사경험을 토대로 활동 분야를 나눴다. 봉사자의 피로도를 분산하기 위해 봉사단체를 요일별로 배치했다.

처음에는 쉬워 보였던 봉사활동이 고령의 노인분들 접종이 시작되면서 몰려드는 대형버스와 어르신 부축, 휠체어 이동 등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봉린(봉사 초보)이의 착각이었던 것이다.

부족한 주차공간과 대형버스의 유도도 만만치 않았지만, 종종 들려오는 불만 섞인 소리는 오롯이 현장 봉사자의 몫이었다. 자존심이 상하고, 자괴감이 생겼다. `내가 왜 이런 말을 들어가면서, 이런 행동을 당해가며 이 일을 해야 하지?..` 호된 신고식 같았다.

설상가상 관저동에 소재한 서구 관저보건지소에 임시선별검사소가 생겼다. 5개 자치구에서 서구에만 만들어진 것이다. 이 곳에도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왔다. 그러나, 선별검사소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감염을 우려한 봉사활동 기피현상이 발생했다. 배치할 자원봉사자 모집이 난관에 봉착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다시 봉사단체와 봉사자를 일일이 만나가며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자원봉사자를 이곳 저곳에서 섭외하고, `생활백신 자원봉사단(서구 자원봉사센터가 감염을 사전에 예방하는 `비의료적 생활방역`을 홍보하고 대국민 계몽·계도활동을 목적으로 구성돼 5월 15일 발족한 봉사단체)`을 배치해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자원봉사를 지원했다.

어수선한 현장 속에서 좌충우돌하며 합(合)을 맞춰가기를 한 달여 지나자,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가는 것 같았다. 1차에 이어 2차 접종을 하러 오신 어르신이 알아봐 주신다. 반갑게 웃어주시며 말도 건네주신다. `고생하지??~ 고마워~~` 부축해 드리는 내 손을 꼭 잡아주셨다.

아~ 이게 무슨 감정이지?? 가슴 속에서 알 수 없는 뜨거운 뭉클함이 눈가의 촉촉함으로 새어 나온다. 그래.. 우리는 한국인이었다.

그렇게 6월을 보내고 7월이 왔다. 방역 현장은 폭염과 싸움이 시작됐다. 특히 선별검사소 자원봉사자는 마스크에, 안면보호대, 방호복에 장갑까지 착용하고 무더위 속에서 봉사활동 중이다. 설상가상 코로나 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확장세가 4차 유행을 향한다는 보도가 심상치 않다.

오랜 봉사활동을 하다 작년 한 해 봉사활동이 뜸해져 이번 봉사활동이 오히려 반가웠다던 선배 봉사자들도 시간에, 더위에 지쳐가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우리 자원봉사자들도 2차, 3차 난관에 부딪히는 것 같다. 그러나, 결코 멈출 수 없다. 지난해 초, 코로나 19 발생 이후 1천 장이 넘는 면마스크를 만들어 어려우신 분들께 배부하고, 청각장애인지원센터와 립뷰(투명)마스크 제작에 동참해 2만 여 장을 만들었으며, 코로나로 끊긴 무상급식 현장 봉사활동을 대체하는 식료품 꾸러미 전달 봉사활동인 사랑의 밥차를 진행해 연인원 4천여 명이 넘는 수혜자를 위해 700여 명의 봉사자가 활동해 오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 19의 종식을 위한 코로나 19 봉사활동이 중요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다. 코로나 19로 힘들고 어려운 분들이 비단 자원봉사자 뿐이겠는가?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묵묵히 일하는 의료현장의 의료진과 힘든 삶의 무게를 오롯이 감내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 그리고, 일상 속 방역에 말 없이 동참하시는 국민이 있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이다. 그리고, 이 전쟁에서 자원봉사 조끼를 입고 나선 나는 바로 대한민국의 자원봉사자다. 우문숙 대전 서구 자원봉사협의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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