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한여름이면 열대야와 더불어 숙면을 방해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모기이다. 모기 특유의 `앵~`하는 소리가 귓전에 들리면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젓곤 한다. 소중한 피를 빨리는 것은 그리 기분 좋은 경험일 수 없다. 자연 상태에서 대부분의 모기는 식물 수액을 주식으로 하지만 산란기 암컷 모기만이 알의 생육에 필요한 영양소를 얻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흡혈을 한다.

모기의 단순 흡혈은 약간의 가려움증 외에는 건강상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려움증은 모기 타액에 포함된 항응고물질인 히루딘에 의해 발생하는데, 이 물질이 항원항체 반응을 유도하여 가려움증이 발생한다. 가렵다고 긁으면 자극이 강해지고 피부 방어력이 손상되어 2차 감염을 유발할 수 있어 삼가야 한다. 항원항체 반응을 줄이는 항히스타민 또는 스테로이드 연고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모기 흡혈이 건강상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를 통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감염될 때이다. 일본뇌염의 경우, 일본뇌염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나 조류를 흡혈한 모기에 의해 사람으로 전파된다. 치사율이 높은 말라리아의 경우 사람, 원숭이, 쥐, 조류 등을 숙주로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 의해서 매개된다. 주로 열대 지역에 호발하지만 국내에서도 휴전선 인근에서 산발적 발생한다.

주로 여름에 개체수가 늘어나지만 환경 변화에 따라 서식지가 다양해지면서 계절을 가리지 않고 출몰하고 있다. 평균 온도 10도 이상의 물이 고인 곳이면 대량 증식이 가능한데, 건물 정화조나 화장실이 대표적인 곳이다.

모기는 발달된 후각으로 흡혈 대상을 물색한다. 잠잘 때 모기가 귓가를 맴도는 것은 이산화탄소를 뿜는 코 인근이기 때문이다. 그 외 요산, 암모니아, 젖산 등도 민감하게 감지한다. 대체로 신진대사가 활발할 때 모기에 물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격렬한 운동 후 거친 호흡으로 고농도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며 땀 냄새를 풍기면 모기의 좋은 표적이 된다.

모기 접근을 막는 방법으로 일반 가정에서 흔히 모기향을 사용한다. 천연 혹은 화학 성분 살충제를 기화시키는 방식인데, 직접 태우는 나선형 모기향이 많이 쓰였으나 최근에는 뒤처리가 깔끔한 매트식이나 훈증식 액체 전자모기향이 주로 사용된다. 모기향 주성분은 피레스린 계열 유도체로서 곤충 신경계를 마비시킨다. 소량 노출 시 인체에 거의 무해하지만 밀폐된 장소에서는 말초신경장애, 점막 염증 등이 발생하므로 모기향 사용 시 적절한 환기는 필수이다.

야외 활동 시 모기 접근을 막기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뿌리는 모기기피제가 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천연 물질 주성분의 모기기피제는 대부분 2017년 당시 식약청에서 시행한 안전성 및 유효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였다. 가장 널리 사용되었던 시트로넬라 함유 제품의 경우 기피 효과가 이전 기준이었던 80%는 넘었으나 95%에 도달하지 못하여 유효성 부족으로 탈락했다. 참고로 식약처 가이드라인은 95% 이상의 모기기피효과 2시간 이상 유지이다.

식약처 평가에서 안전성 및 유효성이 입증된 물질은 모두 합성물질 계열 제품이다. 대표적 합성물질인 디에틸톨루아마이드(DEET) 계열 기피제의 경우 효과는 좋지만 피부를 통해 과다 흡수되면 구토, 발진, 현기증 등이 생길 수 있어 권장 사용량을 꼭 지켜야 하고 합성 섬유 손상에도 주의해야 한다. 이카리딘 성분 기피제는 DEET 계열 보다 효과는 떨어지지만 피부 자극이 적고 합성 섬유 손상이 없는 장점이 있다.

한편 모기는 후각이 발달한 반면 시각은 좋지 않다. 조사에 의하면 대체로 어두운 색 계열을 선호한다. 그러므로 야외 활동 시 밝은 색 계열 겉옷은 모기 눈길에서 벗어나는데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다.

모기를 피하는 또 다른 전략으로 소리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수컷과 한차례 교미 후 산란기에 들어선 암컷은 더 이상의 교미를 피하려는 습성이 있다. 이를 이용, 스마트폰앱이나 전용 기기로 모기 수컷의 날갯짓 소리와 유사한 음파를 발산하는 전략이다. 이론 상 산란기 암컷으로부터 어느 정도 기피 효과는 있겠지만, 모기 밀도가 높거나 후각을 강하게 자극하는 조건에서는 통하지 않으므로 지나치게 신뢰하지 않는 것이 좋다.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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