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원 한국한의학연구원 미래의학부 선임연구원
윤지원 한국한의학연구원 미래의학부 선임연구원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겨울은 예년에 비해 춥지 않았고, 기상청의 기후 평년 값을 봐도 각각 가을(69일)은 1일, 겨울(87일)은 7일이 짧아졌다. 그에 반해 봄(91일)과 여름(118일)은 이전보다 각각 4일씩 길어졌다.

올해의 여름은 2년째 지속된 코로나로 더 덥게 느껴진다. 중복의 삼복 더위를 피해 삼계탕이나 복숭아, 수박, 참외로 손실된 영양과 수분을 보충하고, 대서의 세시풍속에 따라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이나 산정(山亭)으로 찾아가고 싶은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상향 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하지 말라는 것은 더 하고 싶은데, 이제 휴가철이 본격화되면서 삼계탕, 빙수, 시원한 휴양지에 대한 갈망은 더 심해질 것이다. 휴가지로 떠나지 않고도 내 몸을 챙길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한의학에서는 황제내경(黃帝內經)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篇)에서부터 사계절에 맞는 좋은 건강 유지 방법과 체력 단련법(양생법)이 소개되어 있는데, 여름철 양생법을 소개해 본다. 여름은 만물이 자라고 생장하는 계절이고, 양기가 가장 왕성한 계절로 생기가 가득하다고 본다. 인체의 내부 장기도 어느 때보다 생리활동이 활발히 일어나므로 큰 흥분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좋지 않다. 일주기 리듬인 햇볕의 리듬에 따라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햇볕과 늘 함께하여 사람의 양기가 밖의 양기와 잘 통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여름에는 몸의 표면은 뜨거워지지만 속은 상대적으로 차가워진 상태에서 비위 기능이 떨어져서 입맛이 없고 기운이 없어진다. 이 때 더위를 식히려고 찬 음식을 찾게 되면, 도리어 위장을 차갑게 만들어 배탈과 설사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시원한 실내와 무더운 실외를 오가다 보면 기운이 허한 사람들은 여름 감기에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이 삼복과 대서 더위의 밥상은 상대적으로 차가워진 속을 따뜻한 성질의 음식으로 보해주는 것이 좋다. 삼계탕, 장어가 일반적인 보양 음식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체질에 따라 보기(補氣), 보양(補陽), 보혈(補血), 보음(補陰)을 고려해 섭취해야 한다. 더운 여름철에 약한 부분이 더 쉽게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담박하게 과식하지 않는 것이 여름철 섭생의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여름 3달은 `번수(蕃秀)`라고 하여 잎이 우거지고 꽃이 활짝 피는, 만물이 활짝 피어나고 자라나는 시기라고 한다. 해가 일찍 뜨고 낮이 길어지는 시기이므로 해의 기운을 오래 간직하여 밤에 늦게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양생의 방법이라 하였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심(心)이 상하고 가을에 소화기 질환(예: 위장병, 장염 등)에 걸리기 쉽고 면역력 저하로 겨울에 중병이 든다고 했다. 이는 현대과학의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과도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 일주기 리듬의 변화가 대사증후군, 심혈관계 질환, 면역, 우울증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 기회에 야식을 먹지 않고, 술을 줄이고, 수면을 푹 취하는 것만으로도 코로나 시대에 가장 중요한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지는 않을까?

물론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소규모 자영업자의 피해를 줄이고 긴 기간 집안에서 밥을 하느라 지친 가정주부를 위해 포장,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수도 있겠고, 제철 과일과 채소로 간편식을 이용한 간단한 요리로 요리 실력을 뽐내 볼 수도 있겠다. 그런 후 오후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는 충분한 수면을 통한 양생에 힘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무리 하지 말고, 푹 쉬면서, 이 길고 무더운 여름을 잘 보내보자. 윤지원 한국한의학연구원 미래의학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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