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어제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5차 재난지원금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끝났다.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선별 지급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이 1인당 25만 원에서 23만 원으로 줄여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절충안을 내놨지만 이번에는 정부에서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은 벌써 3개월째를 맞고 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급 지급은 정부의 예산을 짜고 관리하는 기획재정부 조차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추경예산은 미리 본 예산에 담지 못하고 부득이하게 추가로 세우는 예산인데 코로나19 피해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적은 고소득층까지 지원하는 것은 그 취지에도 맞지 않다. 그동안 여당은 범 여권 180석을 앞세워 야당의 의견은 물론이고 정부의 의견까지 철저하게 무시해 왔다. 심지어 당정 협의를 거쳐 국회로 넘어온 하위 80% 지급안도 뒤집었다.

급기야 집권 여당은 추경안 단독 처리 의사까지 내비치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더 두텁고 폭 넓은 지원을 위해 전 국민 지급이 절실하다"면서 "야당이 계속 협조하지 않으면 다른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 대표의 발언은 지난 15일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추경 예산을 과감하게 날치기하라"는 주문과 일맥상통한다.

민주당의 날치기는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기도 하다. 여야가 못 박은 국회 처리시한을 하루 남긴 가운데 나온 여당 원내대표의 발언인지라 실현 가능성이 더욱 높아 보인다. 민주당의 단독 처리는 이제 일상이 됐다. 야당의 반대가 극심했던 국정원법 개정안이나 공수처법 개정안도 단독 처리한 마당에 추경안이라고 예외일리 없을 것 같다. 이미 `구글 갑질 방지법` 등 여러 법률안이 해당 상임위에서 단독 처리돼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과 범 여권은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단독으로 법안 개정이나 추경안 처리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야당과의 협치를 팽개치고 힘으로만 밀어붙이다가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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