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거지에서 예약 먹통까지
정부 무능이 부른 4번 대유행
K-방역 자화자찬은 어불성설

은현탁 논설실장
은현탁 논설실장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보름째 지속되면서 신규 확진자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4차 대유행 경고를 무시하더니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고 있다. 수도권 방역은 지난 12일부터 2단계에서 곧바로 4단계로 갔는데도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지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방역 당국이 이달부터 개편한 4단계 거리두기는 결국 뒤죽박죽이 되고 말았다. 수도권은 고강도 조치의 효과가 별로 나타나지 않고, 지방에서는 애매한 `강화된 3단계` 적용으로 혼선이 일어나고 있다. 거리두기 개편에서 추가 조치까지 자꾸 나오니 조삼모사(朝三暮四) 방역이나 다름없다.

국민들의 일상 복귀는 기약할 수 없게 됐고, 소상공인들의 버티기는 임계점을 넘어섰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국내 코로나19 1년 6개월을 반추해 보자. 집권 여당은 K-방역을 자화자찬했지만 돌아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마스크 대란에서 백신 늦장 구입, 뒷북치기 방역, 책임 떠넘기기까지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 최근의 연이은 백신예약 먹통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무능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대처는 지난해 1월 20일 우한 발 입국자가 확진자로 판명됐을 때부터 안일했다. 중국 발 입국 금지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대한의사협회의 7차례 요구를 철저히 무시한 결과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2월 2일 중국 발 입국 차단을 결정했지만 정부는 후베이성 발 입국만 차단했다. 가정이지만 중수본의 결정을 따랐다면 31번 확진자로 촉발된 대구·경북 중심의 1차 대유행은 없었을 수도 있다. 1차 대유행은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집안 단속을 한 셈인데 애꿎은 신천지만 욕받이로 만들었다.

이런 책임 떠넘기기와 눈속임은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8.15 광복절 집회 후 2차 대유행이 일어나자 보수단체에 다 뒤집어 씌우고 살인자 취급하듯 했다. 그런데 얼마 전 민주노총의 도심 집회에는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니 진보단체에 적용되는 방역수칙과 일반국민에게 적용되는 방역수칙이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3차 대유행도 전문가 조언을 듣지 않고 느슨한 방역을 하다 벌이진 일이다. 작년 연말 연일 500명 대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곧 1000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무시했다. 올 2월에도 이동량이 많은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섣부르게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해 화를 키웠다.

현재 진행형인 4차 대유행도 거꾸로 가는 방역 조치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백신 접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가운데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성급하게 방역지침을 완화했다. 전문가들과 언론의 경고는 아예 귀담아듣지 않았다. 4차 대유행은 정부의 잘못된 신호가 국민들의 방역의식을 느슨하게 만들어 빚어진 일이다. 전문가들은 4차 대유행이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고, 그 어느 때 보다 굵고 오래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렇듯 1차부터 4차까지의 대유행은 하나같이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오판이 부른 참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백신 확보와 예약도 아마추어 수준이다. 코로나19 초창기 백신 개발에만 치중하고 정작 백신 도입에는 늑장을 부리다 `백신 거지`가 됐다. 우리나라 백신 접종률은 32%대로 아직 선진국에 비해 한참을 뒤지고 있다. 백신이 충분하지 않은데도 예약을 받아 선착순 마감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백신 예약 시스템이 마비되는 먹통 현상은 이달 12일, 14일, 19일에 이어 20일까지 벌써 네 번째다. 아프리카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 301명 중 270명이 감염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이러고도 K-방역 운운하며 자화자찬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은현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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