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
김상철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
영화 상영이 시작된 캄캄한 극장에 들어서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손전등을 켜지 않으면 영화에 빠져든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내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눈이 어둠에 익숙해져 주변 사물을 분간할 수 있게 된다. 이건 우리 눈의 가운데에 있는 까만 눈동자, 즉 동공의 크기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밝은 곳에서는 빛을 조금만 받아들여도 충분히 볼 수 있어서 동공이 작아진다. 하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가능한 많은 빛을 흡수해야 하므로 동공이 최대로 커진다. 문제는 갑자기 어두운 곳에 갔을 때 동공이 순식간에 커지지 못하고 암적응에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거리가 멀어지면 불빛도 별도 어두워진다. 멀리 있는 불빛이나 별을 보기 위해 동공을 더 크게 할 수 없으므로 대신 망원경을 사용한다. 긴 경통의 한쪽 끝에 오목거울을 두면 빛을 모아 주므로 눈으로 볼 수 있다. 망원경이, 즉 오목거울의 지름이 커질수록 더 어둡고 더 멀리 있는 천체를 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오목거울의 지름으로 망원경의 성능을 말하는데, 참고로 우리나라에는 소백산에 지름 61cm, 보현산에 지름 1.8m 망원경이 있고, 하와이와 칠레에 하나씩 설치하여 국제공동으로 운영하는 8.1m 제미니(쌍둥이) 망원경이 있다. 2030년대에는 지름 25m의 거대 마젤란 망원경(GMT)이 칠레에 설치되고 한국도 약 10%를 사용하게 된다.

이런 망원경은 관측기기만 있다면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한편 요즘에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새로운 망원경들이 등장하는데 남반구의 칠레,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똑같이 생긴 1.6m 망원경을 하나씩 세 대 설치한 외계행성탐색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한국 미시중력렌즈 망원경 네트워크를 의미하는 영어 이름을 따라 보통 케이엠티넷(KMTNet)으로 부르는 세 대의 망원경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넓은 영역(가로 2도×세로 2도)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세 망원경이 남미와 호주, 아프리카에 있기에 지구가 자전하면서 반대편에는 해가 뜨더라도 이쪽에서는 관측을 지속할 수 있는 24시간 관측 가능 시설이다.

일반적인 천문대의 망원경들은 경쟁을 통해 시간을 확보한 천문학자가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관측기기로 특정한 천체를 관측한다. 반면 탐사(survey)망원경들은 하늘 전체를 골고루 관측하기도 하고, 외계행성탐색시스템처럼 외계행성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우리은하 중심부 영역만을 꾸준히 관측하기도 한다. 우리은하 중심부는 4월∼9월에는 볼 수 있지만 나머지 기간에는 태양에 가려져 볼 수 없으므로 이때는 초신성같이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는 천체 등을 관측한다. 별은 수명이 100억 년 정도여서 오늘 관측하나 내일 관측하나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별이 빛을 낼 수 있는 재료를 소진하여 죽음에 임박하면 초신성 폭발로 엄청나게 밝아지는데 별 하나가 은하만큼의 빛을 낸다. 이때 별이 어떻게 폭발했는지, 폭발 전의 별은 어떤 별이었는지 등을 알려주는 정보를 담은 광자(빛)가 쏟아져 나온다.

폭발 전 별이 하나였는지 둘이 짝을 이루는 쌍성이었는지, 무거운 별이 죽어가며 폭발했는지 쌍성의 별 중 하나 혹은 둘이 폭발했는지에 따라 초신성의 종류가 나뉜다. 별의 수명이 워낙 길어서 평소에는 관측으로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되지만,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면 전달되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다. 그래서 초신성처럼 짧은 시간 동안 밝아졌다 어두워지며 밝기가 변하는 천체를 관측하는 흐름이 천문학계에 불고 있다. 김상철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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