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공식적인 대선 출마 선언이 늦어지면서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피로도 점점 쌓이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는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 됐는데도 정작 윤 전 총장은 가타부타 말이 없다. 어제는 이동훈 대변인이 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이) 6월 말, 7월 초 정치 참여 선언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 또한 윤 총장 입에서 직접 나온 말은 아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4일 검찰 총장직을 내려놓은 이후 줄곧 잠행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사이 다른 정치인들을 통해서만 간간이 소식이 타전돼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을 강원도 강릉에서, 공주 지역구의 정진석 의원을 서울에서 만난 것도 장안의 화제가 됐을 정도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되고, 이게 또 확대 재생산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의 잠행에 어떤 정치적 셈법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굳이 이해를 하자면 이렇다. 오랫동안 검찰 테두리 속에만 있다 보니 현실 정치에 뛰어들기 위한 준비 기간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여기다 검찰총장을 지내다 곧바로 정계 입문을 선언하는데 대한 부담도 따랐을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을 폭넓게 만나고, 경제 관련 서적을 읽으며 `대선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전언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이런 신비주의 방식의 대선 행보가 너무 오래 가면 여러모로 좋을 게 없다. 대선 지지율 1위 후보가 장시간 무대 뒤에 숨어 있는 듯한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총장 퇴임 후 100일이 넘도록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다른 사람을 통해 변죽만 울리는 식이 됐다. 윤 전 총장은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공정과 정의의 상징으로 부상했고 단번에 대선 지지율 1위에 올랐다. 국민들은 이제 공정과 정의 말고는 또 뭐가 있는지 묻고 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충청대망론 주자로 떠올랐는데 이런 물음에도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제 무대 위로 나와 다양한 분야에서 검증을 받아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더 뜸을 들이면 그것도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의 등판이 늦어질수록 `잠행 정치`, `간보기 정치` 등 부정적인 언어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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