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안전부터 공연장의 전반적인 흐름까지 지휘하는 '무대 밖 마에스트로'

곽아론 대전예당 하우스 매니저
곽아론 대전예당 하우스 매니저
클래식 음악이 울려 퍼지는 어느 무대. 내가 앉아야 할 좌석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또 공연을 감상하는 도중에 앞 사람이 휴대폰으로 전화 통화를 하고 있거나 괴성을 지르면 기분이 어떨까? 이러한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대응하고, 공연의 맥이 끊기지 않도록 돕는 `하우스 매니저`가 있다. 이들은 질 높은 공연진행을 위해 관람객들에게 관람 매너를 알려주고 질서를 유지하는 등, 공연장의 전체 흐름을 책임진다.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만난 곽아론 매니저는 객석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어린 아이에게 조용히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입구에서 헤매는 70대 후반 할머니의 좌석을 찾아 친절히 안내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무전기를 착용한 채 공연장 안팎을 오가며 무대와 객석을 실시간으로 점검했다.

일이 고되지 않냐는 질문에 곽 매니저는 "온 신경이 곤두서 있다 보니 끝나고 나면 피로감이 몰려오지만, `오늘도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났다는 보람과 뿌듯함도 함께 밀려온다"고 전했다.

곽 매니저가 하우스 매니저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고등학생 시절 공연을 보러 갔던 서울예당 로비에서 이현기 당시 서울예당 하우스 매니저(현 대전예당 기획운영팀 차장, 하우스 매니저)를 만나면서다. 그는 "시간이 흘러 대전예당에 처음 입사한 지도 벌써 5년차다. 다소 빡빡한 일정에 힘들 때도 있지만 `오늘도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났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실제 이들의 일정은 빠듯하다. 오전 9시에 출근한 후 공연 내용을 검토해 관객 수와 러닝타임, 인터미션 등을 예측하고, 리허설에 참관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을 점검한다. 공연 장르마다 진행 방식도 다르고, 관객의 특성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제반사항과 돌발상황 등, 모든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둬야 한다. 공연이 끝난 후 10시가 넘어 퇴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곽 매니저는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며 모든 이의 관점에서 공연장을 바라보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에게 하우스 매니저에게 필요한 덕목을 묻자 `배려심`이라고 답했다. 공연장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관객이 처한 입장을 이해해야 무대 전체가 보이고, 인내심과 열정도 뒤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는 "공연 도중 발달장애 아동이 괴성을 지른 적이 있는데,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에 당황하는 어머니를 달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다"며 "어머니나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감사하다며 눈물을 보이셨다. 배려심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연장은 관람 등급과 관계 없이 누구에게나 평등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며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공연장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특히 그는 "대전예당이 공연자는 물론, 관객이 다 함께 숨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곧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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