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예약 당일 '위탁 해약' 이유로 접종 거부
관련 공지 누락이 원인…2주 뒤로 접종일 지연

대전 서구에 사는 전모(66)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위해 예약해놓은 서구 탄방동의 한 병원을 찾았지만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다"라는 병원 측 얘기를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전모 씨는 병원 측에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해약을 했다"란 말만 들었을 뿐, 백신을 맞지 못한 채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전모씨는 백신 예약 접수를 한 대전시 콜센터에 해당 상황에 대해 문의했지만 자신들과 무관하다며 다시 예약하는 수밖에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전모 씨는 예약자가 밀려 본래 접종 예정일보다 2주 미뤄진 날로 다시 예약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1일 전모 씨와 지역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전모 씨는 지난달 10일 대전시 콜센터를 통해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예약을 했다. 같은 달 31일 오후 2시 탄방동의 한 병원에서 AZ 1차 접종을 받기로 정상적으로 신청한 것이다.

그러나, 접종 예약일에 방문한 탄방동의 한 병원에서는 "접종 위탁 병원에서 해약됐다"며 "접종을 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 채 전모 씨를 돌려보냈다.

보건당국을 통해 확인한 결과, 탄방동의 한 병원은 지난달 24일 내부 사정에 의해 접종 위탁 병원 운영이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해 보건당국에 위탁 해약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이 된 예약자들에게 관련 내용 전달이 누락된 것이다. 보건당국은 해당 병원에 예약자들에게 접종일을 변경할 수 있도록 안내하라고 요구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병원 측은 전모씨에게 접종 예약일 변경 공지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전모씨는 접종 예약 당일 헛걸음을 해야 했고, 결과적으로는 접종일이 2주 뒤인 오는 14일로 연기해야 하는 불이익을 받게 된 셈이다. 전모 씨와 같이 지난달 31일 탄방동의 해당 병원에 접종 예약을 했던 또 다른 시민이 1명이 더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백신 접종을 관할하는 지역 보건당국에선 이 상황에 대해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보건당국 한 관계자는 "이런 경우 당연히 해당 병원에서 안내해야 한다"며 "이런 경우가 없었다. 처음이다. 어떤 대안이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탄방동 한 병원 측에 해약 이유와 기존 백신 접종 예약자 등에 대한 안내 여부 등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와 관련 전모 씨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적극 권장할 때는 언제고 지금 와서 나몰라라하는지 모르겠다"며 "위탁 병원과 해약됐다면 접종 예약자에 대한 후속 조치를 보건당국이 끝까지 책임져서 하는 게 당연한데, 다시 예약하라는 말만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모 씨는 "병원이든 보건당국에서든 사과 한마디 들을 수 없었다"며 "나 같은 피해자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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