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주의를 꽃피우던 괴테의 나라에서 20세기 들어 다시 그 깃발을 높이 드는 일이 벌어진다. 바로 `표현주의(Expressionism)`다. 정답부터 이야기하면 표현주의는 낭만주의 20세기식 이름이다. 더구나 인상주의의 반대적 현상인 것이 농후하다. 외부의 사물이 주는 이미지를 `흡수`하려고 했던 인상주의와 달리 오직 예술가 내면 속의 움틀림을 `분출`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상주의 작품보다 표현주의 작품에서 자연 왜곡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난다. 20세기 독일을 중심으로 일어난 이 예술운동은 미술에서는 칸딘스키(1886-1944)가 이끌던 청기사(Blue Night)가 대표적인 동인회였고, 음악에서는 쉔베르크(1874-1951)와 그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러나 무엇보다 표현주의를 적나라하게 대표하는 작품은 아무래도 1893년에 그려진 뭉크(1863-1944)의 `절규(Skrik)`라는 그림이다. 그림의 배경은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인데, `아케베르크`라는 언덕에서 보이는 실제 풍경이다. 그러나 그림은 마치 정신병자가 그린 것 같은 느낌인데 하늘은 온통 핏빛이며, 주인공의 모습은 마치 해골처럼 왜곡돼 있고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두 사람은 유령처럼 묘사돼 있다. 다음은 화가 자신의 설명이다.
"친구 둘과 함께 길을 걸어 가고 있었다. 해질녘이었고 나는 약간의 우울함을 느꼈다. 그때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멈춰선 나는 죽을 것 만같은 피로감으로 난간에 기댔다. 그때 자연을 관통하는 그치지 않는 커다란 비명 소리를 들었다."
이 그림은 화가의 깊은 내면의 고통을 여과없이 표출한 표현주의의 정수를 볼 수 있는 작품이며 그림이 더 이상 자연을 묘사하는 도구가 아닌 것을 천명하는 작품이 됐다. 황성곤 배재대 실용음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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