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화 아이안디자인 대표
신수화 아이안디자인 대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시전략으로 녹색 이상도시(Green Utopia)에 주목하고 싶다. 녹색 이상도시란 자연과 공생하는 건강 도시라 할 수 있다. 다만 제한된 도시공간에서 녹지의 건강함을 즐기는 것은 턱없이 부족하기에, 많은 지자체들은 나무와 함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쉴 수 있는 행복한 도시사회를 구현하고자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람들은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도시 근처에 있는 산과 도시공원을 찾아 휴식을 취하고자 하지만, 지난해 창궐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로 인해 관련 시설들이 잇따라 임시 폐쇄되거나 없어지는 등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일부 사람들은 대전은 자연과 함께 어울리며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휴식의 공간을 산과 공원으로만 한정해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전지역 곳곳에는 나무와 함께 자신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쉴 수 있는 문화재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문화재라 하면 흔히 건물이나, 산성 등 유형의 문화재를 떠올리곤 하는데 이 뿐만 아니라 연극, 음악, 공예기술 등의 무형문화재도 문화재의 한 축이며 다양한 민속자료도 문화재의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저 멀리 동구와 대덕구에 걸쳐져 있는 계족산 위를 올라가면 웅장한 모습의 사적 제355호 대전 계족산성이 보인다. 48개소의 산성이 지역을 둘러싼 채 잔존하고 있어 대전은 산성의 도시라고도 일컬어진다. 계족산성에 올라 넓은 벌판을 보고 있노라면 흡사 현재를 잠시 벗어나 삼국시대 속으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건립한 남간정사는 만년에 후학들과 강론했던 곳으로, 후면의 샘물이 대청마루 밑을 지나 연못을 이루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 독특한 구조와 자연을 이용한 정원 조성 기법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동춘당은 또 어떠한가. 대전의 대표 역사인물인 동춘당 송준길 선생이 세운 별당인 동춘당은 국가에서 보물로까지 지정한 건물이다. 동춘당 주변으로는 역사공원으로 지정된 도시공원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조성돼, 평일·주말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대전 유일의 천연기념물(식물)인 대전 괴곡동 느티나무도 빠질 수 없다. 해당 나무는 한 자리에서 약 700년을 뿌리내리고, 대전이 중부권 최대 도시로 성장해가는 과정들을 다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주민들은 이러한 나무의 신성함에 매년 칠월칠석 제사를 지내며 고사를 지내기도 한다. 700년을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길어야 100년 정도 사는 우리의 기준으로는 감도 오지 않으며, 절로 겸손함이 생길 정도이다. 봄에 싹이 돋아 생명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고, 여름이면 무성한 잎으로 그늘을 만들어 더위에 지친 행락객에게 쉼을 주고,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으로 아름다운 볼거리를 제공해준 후 겨울이면 온 잎을 떨구어 한 해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내년 봄을 기대해 본다. 이렇듯 문화재로 인한 역사 체험과 함께 자연이 주는 건강함을 더불어 받는다면 우리네 삶의 질은 더욱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라는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의 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제 백신접종이 시작됐다고는 하나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어서 빨리 이 모든 상황이 제자리로 돌아와 문화재의 도시 대전에서 여러 문화재를 체험하며 옛 정신을 공감할 수 있는 시기가 앞당겨지길 바랄 뿐이다. 신수화 아이안디자인 대표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