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대훈 충남대학교 국가안보융합학부 부교수
곽대훈 충남대학교 국가안보융합학부 부교수
18세기 고전주의 범죄학파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죄학 이론의 근간이 되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 가정은 `인간은 자유의지(free will)를 가진 합리적 존재`라는 것이다. 즉, 인간의 의사결정은 타인에 의한 결정이 아닌 본인의 자유의지에 따라서 본인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과연 `인간의 사고 및 의사결정이 과연 합리적인가?`라는 문제일 것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정보를 접하게 되고, 이러한 방대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관찰된 사례를 바탕으로 특정 현상에 대한 유형을 도출하거나 일반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오류 중 하나는 몇 가지 단편적 사례를 바탕으로 일반화된 결론에 성급하게 도달하는 것을 의미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the fallacy of hasty generalization)일 것이다. 예컨대, 몇 해 전부터 저녁 시간 때 방영되는 인기 드라마 속의 주인공 중 다수는 사이코패스 또는 소시오패스로 알려진 반사회성 성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라는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연쇄살인범으로 묘사된다. 이와 더불어 우리 사회를 충격에 휩싸이게 했던 유영철, 강호순, 김길태 등의 연쇄살인범이 사이코패스로 알려지면서 연쇄살인범은 사이코패스라는 공식이 성립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선행연구 결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보통 일반인 중에서는 약 1%, 교정시설에 수용된 범죄자 중 약 15∼20%가 사이코패스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사이코패스로 진단받은 범죄자 중 살인, 특히 연쇄살인을 저지른 자는 극히 소수이고 오히려 절도, 방화, 사기 등의 다양한 유형의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는 범죄자나 살인마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소위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라 불리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CEO를 포함한 기업 간부 중 3∼6%가 반사회성 성격장애로 진단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즉, 사이코패스는 범죄자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우리와 가깝게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곽대훈 충남대학교 국가안보융합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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