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뽀마르(Pommard)는 `부르곤뉴 와인의 수도` 본(Beaune) 바로 아래 위치한다. 샤르도네의 화이트가 주류인 꼬뜨드본에서 예외적으로 뽀마르는 옆 마을 볼레(Volnay)와 함께 레드와인만 생산한다. 향과 색이 짙고 타닌과 알콜도 강한 스타일의 와인이라 `부르곤뉴의 보르도`라 칭해지는 뽀마르는 수 백년 전부터 영국에까지 명성을 떨쳤다. 부르고뉴의 가볍고 섬세한 다른 와인과 달리, 장거리 여행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부르기 쉬운 뽀마르라는 명칭은 꽃·정원·포도밭의 로마 여신 뽀노마(Pomona)에서 유래했다. 13세기에 뽀마르는 부르고뉴 공작의 영토였다가 시또(Citeaux) 수도원 등 종교기관, 마레-몽쥬(Marey-Monge)와 같은 오래된 가족의 소유였다. 중세부터 뽀마르는 `본 지역 와인의 꽃(기준)`으로 평가받아왔다.

보르도 지방의 뽀므롤 토양에 산화철 성분이 많은 것처럼, 쥐라기 시대부터 형성된 뽀마르의 철분이 풍부한 붉은 이회암질이 강건한 와인을 만든다. 뽀마르 남부는 대다수 꼬뜨도르 마을들처럼 최고의 포도밭이 경사의 중간인 마을 남서쪽에 있지만, 뽀마르 북부는 얕은 표토로 인해 마을 북동쪽으로 내려간다. 이로 인해 북부 뽀마르는 상대적으로 부드럽다. 뽀마르 와인 애호가 빅토르 위고(Victor Hugo)는 이들 간의 차이를 `밤과 낮 사이의 싸움`으로 묘사했고, "뽀마르 와인은 `돌풍, 영감(靈感) 및 때로는 천재`를 만든다"고 표현했다.

1936년 부르곤뉴 AOC 제정시, 와인너리들간의 의견 차이로 인해 뽀마르는 그랑크뤼 포도밭 선정에서 제외되었고, 28개 포도밭이 프르미에크뤼 등급을 받았다. 북쪽의 레제쁘노(les Epenots)와 남쪽의 레루지엥(les Rugiens, 철분토양의 붉은 색을 의미)이 대표선수인데, 그랑크뤼 승급을 신청했다고 전해진다. 이들을 승급시킨다면, 샹볼-뮤지니의 레자무레즈(les Amoureuses, 연인들)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뽀마르를 대표하는 샤또 드 뽀마르(Chateau de Pommard)를 방문해서, 와인 박물관 등 잘 정돈된 시설과 포도밭을 살펴볼 수 있었다. 루이 15세의 자문관 비방 미꼬(Vivant Micault)가 1726년 샤또를 건축하면서 출범한 샤또 드 뽀마르는 마레-몽쥬 가문을 거쳐 현재 5번째 가문인 까라벨로-봄(Carabello-Baum)이 운영한다.

샤또 드 뽀마르는 부르곤뉴에서 최대 규모(20ha)의 독점밭 `끌로 마레-몽쥬`를 소유하고 있다. 샤또 뒷편에 위치한 끌로 마레-몽쥬는 시몬(Simone), 미꼬, 에밀(Emile) 등 역사와 관련된 명칭의 7개 떼루와로 구성되는데, 2009년 토양 조사에서 `진흙의 내부표면 수치`가 부르곤뉴 최고치로 측정되는 등 꼬뜨드뉘의 그랑크뤼 토양에 버금가는 것으로 판단(리쉬부르그·뮤지니와 유사)되었다. 끌로 마레-몽쥬는 프르미에크뤼조차도 아니다.

끌로 마레-몽쥬는 1936년 부르곤뉴 AOC 제정시 `끌로 뒤 샤또 드 뽀마르`로 개명됐는데, 2016년 예전 명칭을 회복하면서 바이오-다이나믹 농법도 도입했다. 샤또 드 뽀마르는 1760년부터 꼬뜨드본 뿐만 아니라 꼬뜨드뉘 와인도 생산한다. 시음에서 포도를 구입해서 만든 것으로 판단되는 뫼르소와 사샤뉴-몽라셰 등 3종 화이트와 끌로 마레-몽쥬 2종을 맛 보았다. 끌로 마레-몽쥬 모노폴 2017은 아직 젊어서 강건했지만, 발전해갈 균형감·복합미·우아함를 엿볼 수 있었다. 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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