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최한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흔히 `서해안 관광`하면 우리는 넓게 펼쳐진 갯벌과 조개잡이를 떠올린다. 썰물 시간에 맞춰 갯벌체험장에 들어가면 뻘속에 숨어있는 동죽도 운 좋게 잡을 수 있다. 해안선을 따라 정렬돼 자라고 있는 풍부한 조개류는 어패류 자원을 보존하려는 지역 어촌의 노력과 더불어 우리가 그동안 모르고 있던 지하수 의존생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하수는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고도가 낮은 방향을 향해 흐른다. 연안의 지하수는 일반적으로 해양 쪽으로 흘러나오며, 지하수의 유출 정도에 따라 해수와 공존하는 혼합대의 위치가 결정된다. 담수(하천유출수를 제외한 지하수)와 염수(해수)의 혼합구간은 독특한 물리화학적 특성을 가진다. 지하수의 수온은 일반적으로 그 지역의 연평균 기온보다 2-3도 낮게 나타나지만, 해수는 대기와 맞닿아 있어 대기기온과 평형을 이룬다. 따라서 담수-해수의 혼합대(이하 `혼합대`)는 상대적으로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수온을 가지며, 물의 이동과 섞임에 따른 영양염류의 혼합과 염도재분배 등의 수질 조절이 이뤄진다. 이러한 독특한 환경에서 고유 생태계가 형성되어 다양한 어류, 무척추동물, 플랑크톤을 포함한 식물이 혼합대의 지하수 유출에 의존하여 살아가고 있다.

땅 속에도 혼합대가 존재한다. 땅속 혼합대는 밀도 차이에 따라 더 무거운 해수층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담수층(지하수)의 하부로 밀고 들어와 상부에는 지하수가, 하부에는 해수가 공존하는 형태를 가진다. 땅속 혼합대는 해안지역의 지하수 관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그 형성 위치는 자연적인 이유와 인위적인 이유로 변동되기도 한다. 자연적으로는 밀물과 썰물의 조수간만의 힘에 의해 변화할 수 있으며, 인위적으로는 제방이나 빌딩 등의 축조에 의한 유체흐름 장애, 농업 및 생활용수로 주변 민가나 관광지에서 지하수를 뽑아 쓰는 경우가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연안 대수층에서 과도하게 지하수를 양수하는 경우로, 해안 및 도서지역은 해수침투에 의한 지하수 수질저하가 나타나 음용은 물론 농업용수로도 활용이 어려워 질 수도 있다. 또한, 해안퇴적층과 같이 연약한 지반을 가지는 지역은 지하수를 과도하게 양수하면 상부지층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지반침하(싱크홀)가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나라 서남해안 지역의 경우에도 지하수관정을 개발한 지 1년여 만에 염소이온이 검출되어 수질저하에 따른 관정폐쇄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와 같이 연안지하수는 지반을 지탱하는 물리적 역할 뿐 아니라, 혼합대 생태계를 유지하는 생물학적 기능을 하고 있으므로 과도한 양수나 오염물질 유입에 의한 수질저하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점검이 중요하다. 연안지하수 보전을 위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담수와 염수의 경계를 측정해 대수층의 분포와 수질 건전성을 평가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해안 지하수 모니터링 시스템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지중해 몰타섬 해안대수층 경계면의 시공간적 변화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고갈된 지하수를 다시 채워 넣기 위한 해안지역의 인공함양 연구도 진행하며 해안대수층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 또한 기울이고 있다.

지하수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일단 오염되면 어디로 얼마나 흘러가는지 알기 어렵고, 정화 역시 쉽지 않다. 지하수량이 줄면 더 깊은 관정을 파면된다는 근시안적 사고는 지하수의존생태계의 선순환은 물론 유지 자체를 어렵게 한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연은 후손들에게 빌려 쓰는 것이라는 말이 현재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깊이 와 닿길 간절히 바란다. 최한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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