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춘 한국화학연구원 부원장
최원춘 한국화학연구원 부원장
`윤며들다`

전세계 영화팬들이 찬사를 보낸 순자 할머니를 연기한 배우 `윤여정의 매력에 스며든다`는 뜻의 신조어다. 세계는 지금 그녀의 연기 뿐만 아니라 인격, 입담, 유머에 열광하고 있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신드롬이 되어가고 있다. 최고령 아카데미 조연상 수상은 한순간 뚝딱 이뤄진 것이 아니다. 한 작품 한 작품 피나는 노력과 작품마다 색다른 연기를 펼치며 50년을 연기해온 그녀의 노력 때문에 우리는 윤여정이라는 배우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이다.

오스카상만큼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최근 화학 관련 R&D 분야에서 의미가 있는 성과들이 있었다. 일본 수출금지 소재·부품·장비, 코로나 19 확산 방지, 탄소중립 등의 국가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성과이기에 그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초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네이처 표지논문 게재, IoT 시대에 필수적인 센서 소재, 꿈의 신소재 그래핀 대량생산기술 등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소재 원천기술이 개발되었다. 수소차용 연료전지 핵심소재 기술, 에너지 최소화 제습·냉방기술 등 탄소중립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술도 기업으로 이전되어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코로나 19 백신·치료제·진단 기술이 기업에 이전되었으며, 백신의 경우는 임상 1상이 신청된 상태로 감염병 대응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 외에 생분해성 마스크 필터 개발, 배송식품의 신선도를 알려주는 안심스티커 개발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화학관련 성과가 창출됐다.

이러한 성과는 일본 수출규제, 코로나19 확산, 탄소중립이 이슈가 되기 훨씬 전부터 적어도 30년 이상씩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아직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인류사회에 기여할 연구성과를 위하여 묵묵히 연구에 임하고 있는 분야도 많다. 단기적이고 일회성 투자로 국가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우수한 R&D성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장기적인 투자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쪽으로 과학기술정책이 조금씩 변경되고 있다. 2021년에는 4차 산업혁명 관련 혁신생태계 구축, 한국판 뉴딜 추진, 혁신성장 3대 핵심산업(BIG3; 바이오, 미래차, 반도체)을 위한 협력체계 구축 등이 주요 과학기술 정책방향이다. 올해 우리나라 총 연구개발비는 100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이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 규모이다. 정부 R&D 예산은 전년대비 13.1% 증액된 30조원으로, 한국판 뉴딜, 혁신성장 3대 핵심 산업 (BIG3), 감염병 대응, 소부장 기초연구, 인재양성 등 6개 분야에 주요 R&D예산의 42.2%인 9.5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정부연구개발 투자를 4대 분야 10대 중점투자 방향으로 정했다. 감염병 위기 대응,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비대면 R&D 고도화를 통한 디지털 경제 전환, 2050 탄소중립사회 전환 등이다. 국가사회적 현안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R&D에 투자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배우 윤여정 씨의 오스카상 수상으로 마트에서 미나리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출연 영화 특별전이 열리고 광고계에서는 윤여정 모시기에 분주한 듯하다. 그러나 오스카상을 받기까지 어려운 시기를 잘 버텨 세계인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던 과정에 더 큰 가치를 두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감염병 대응, 소재부품장비, 탄소중립 등 인류가 해결해야 할 숙제를 풀 수 있도록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지원·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오래 버티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는 배우 윤여정 씨의 말을 R&D 분야에 적용한다면`유행타지 말고 끈기있게 지원하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고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지속적인 R&D 투자로 오스카상에 버금가는 글로벌 연구성과가 창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원춘 한국화학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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