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영 공인중개사협회 대전지부 상담위원
김혜영 공인중개사협회 대전지부 상담위원
최근 정부가 여전히 강력하고 타협 없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당연하지만 흥미로운 기사를 접하게 됐다. 6월 1일부터 강화된 보유세와 양도세가 부과되지만 다주택자 상당수는 집을 파는 대신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달 말까지 잔금을 치르는 조건의 급매물이 사실상 거의 없는 탓이다. 2월부터 4월까지는 매물이 늘었는데 과세기준일이 다가올수록 거래가 쉽지 않자 매물을 거둬들인 것이다.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을 기대하던 바와 달리 시장에 영향이 없는 것이다. 지난달 서울의 주택은 갭투자 거래가 무려 52.0%를 차지했다고 한다. 갭투자는 지난해 12월 43.3%에서 올해 1월 45.8%, 2월 47.1%로 높아졌다 3월에는 33.2%로 잠시 내려가는가 싶더니 4월 들어 다시 치솟은 것이다. 지방에서는 세종시가 64.2%로 전국 최고의 갭 투자 거래비율을 기록했다.

서두에 다주택자의 `버티기`가 당연하다고 했던 이유는 전셋값이 안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규제를 강하게 유지하는 정부 정책을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이미 예상됐기 때문이고 흥미롭다고 한 이유는 이 현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실련이 올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8년간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25평 기준 2003년 1월 3억 1000만 원(평당 1249만 원)에서 2020년 12월 11억 9000만 원(평당 4775만 원)으로 8억 8000만 원(평당 3526만 원) 올랐다. 같은 기간 노동자 평균 연간임금은 1800만 원에서 3400만 원으로 1600만 원 상승했다. 아파트 가격이 3.8배 오르는 동안 노동자 임금은 고작 1.9배 오르는데 그친 것이다. 상승치로는 2배 차이, 금액으로는 55배에 해당한다. 이는 근로소득만으로는 내 집 마련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넘어 부동산 소유자와 점점 벌어지는 부의 격차를 좁힐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 투자 광풍이 잦아들지 않는 원인이자 결과인 것이다. 향후 언젠가 끝없이 상승할 것만 같은 부동산 가격도 결국 멈추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책의 효과가 아니라 유동성 안정과 시장 참여자들이 소득 전망 대비 주택가격의 접근성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깨달았을 때다. 김혜영 공인중개사협회 대전지부 상담위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