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에 다주택자의 `버티기`가 당연하다고 했던 이유는 전셋값이 안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규제를 강하게 유지하는 정부 정책을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이미 예상됐기 때문이고 흥미롭다고 한 이유는 이 현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실련이 올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8년간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25평 기준 2003년 1월 3억 1000만 원(평당 1249만 원)에서 2020년 12월 11억 9000만 원(평당 4775만 원)으로 8억 8000만 원(평당 3526만 원) 올랐다. 같은 기간 노동자 평균 연간임금은 1800만 원에서 3400만 원으로 1600만 원 상승했다. 아파트 가격이 3.8배 오르는 동안 노동자 임금은 고작 1.9배 오르는데 그친 것이다. 상승치로는 2배 차이, 금액으로는 55배에 해당한다. 이는 근로소득만으로는 내 집 마련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넘어 부동산 소유자와 점점 벌어지는 부의 격차를 좁힐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 투자 광풍이 잦아들지 않는 원인이자 결과인 것이다. 향후 언젠가 끝없이 상승할 것만 같은 부동산 가격도 결국 멈추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책의 효과가 아니라 유동성 안정과 시장 참여자들이 소득 전망 대비 주택가격의 접근성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깨달았을 때다. 김혜영 공인중개사협회 대전지부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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