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 '추후 결정키로'…경찰 수사 등 지켜보기로
현 감사위원장 견책 이상 징계시 직 내려놔야

옛 충남도청사 건물 [사진=대전일보DB]
옛 충남도청사 건물 [사진=대전일보DB]
옛 충남도청사 부지 내 향나무를 무단 벌목한 대전시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가 미뤄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체 감사를 통해 `중징계` 가능성을 예고했던 대전시의 계획은 일단 제동이 걸린 상황이고, 청 안팎에서는 징계 칼자루를 쥔 감사위원회의 조속한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해당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가 흐지부지 된다면 시 내부의 기강 확립 등이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대전시 감사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향나무 훼손에 연루된 시 공무원 4명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했지만, 의견이 엇갈리면서 징계 결정을 추후로 미루기로 했다. 해당 사안을 두고 감사위는 경찰 수사결과를 더 지켜본 뒤 징계를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감사위는 재심의를 예고했지만, 향후 일정은 아직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앞서 시는 해당 공무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궤도에 올려놓고 조속히 결정을 내려 이번 사태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된 행정 행위인데다가 청 안팎으로 거센 비판 여론이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사건 발생 직후 "행정 절차상 미숙함이나 여러 의혹과 관련해서는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바로 알리겠다"며 "조사에서 밝혀지는 문제점은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저도 새로운 마음으로 시정을 이끌어 나가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고, 흔들린 공직 기강을 새롭게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이후 열린 감사위 등에서 해당 공무원에 대한 후속 조치가 내려지지 않아 허 시장 입장에서는 머쓱함을 감추기 어렵게 됐다.

청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솜방망이 징계`나 `꼬리 자르기 징계`에 그칠 것이란 우려의 시선이 없지 않다.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감사위 결정이 일부 공무원의 `혐의 없음`을 염두에 두고,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처벌 수위 결정이 미뤄지면서 해당 공무원들의 후속 인사 조치 여부도 관심이다. 관련 공무원은 해당 부서 국장 등을 포함해 총 4명인데, 시민단체 출신 공무원(당시 담당 과장)은 사건이 불거진 후 퇴직,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시 국장이었던 현재 시 감사위원장은 징계 수위에 따라 최악의 경우 직을 내려놓아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위원회 한 관계자는 "견책 이상의 징계가 결정되면 관련 규정에 근거해 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며 "다만 불문 경고에 그치면 직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불문경고는 징계위원회 등에서 불문으로 의결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것으로 법률상 징계처분은 아니다. 다만 향후 표창, 승진 등에서 인사상 불이익이 따르게 된다.

한편, 대전시는 지난해 6월 옛 충남도청사 부속 건물에 `소통 협력 공간` 조성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문화유산 훼손과 함께 건축법 위반 논란 등 여러 문제점이 계속 불거졌다.

옛 청사 소유권을 쥔 충남도의 허가를 받지 않고 향나무 128그루를 잘라 폐기 처분했다. 소통협력공간을 조성하면서 들보, 벽 등 핵심 구조물을 뜯어내면서 해당 자치구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사실까지 뒤늦게 확인 되면서 대전시를 향한 책임론이 뜨거워졌다. 김용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용언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