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약정위반 비용 청구…소비자 "선택권 침해"
방통위 "위약금 전액 면제 검토 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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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 봉명동에 홀로 살던 정모(88) 씨는 얼마 전 인근 오피스텔에 새로 거처를 마련해 이사를 갔다가 A 통신사로부터 위약금 30만 원을 납부하라는 고지서를 받았다. 정 씨는 앞서 A 통신사의 인터넷+TV 결합 상품을 3년 약정으로 계약했다가 지난해 11월 이사하게 됐지만, 새로 옮긴 집 건물주가 다른 통신사를 이용하길 원하며 반대하는 탓에 기존에 계약했던 서비스 이전 설치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업체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정 씨의 계약 위반이라며 정 씨가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알려왔다.

정 씨는 "계약 위반은 오히려 통신사 측이 이전 설치 안 해준 것이 위반"이라며 "설치를 못 하는 게 사업자 사정이지 어떻게 소비자 과실인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정 씨는 부당함을 느끼고 A 통신사에 여러 차례 문의한 뒤 요구받은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했고, 결국 통신사로부터 `위약금 절반만 납부해달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19년 8월부터 정 씨와 같이 계약했던 통신 상품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전 설치할 수 없는 경우, 위약금을 감액 또는 면제받도록 하는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정 씨처럼 복수 사업자망 설치 건물에서 서비스 이전 설치가 불가능하면, 신규 사업자와 소비자가 위약금을 각각 절반씩 나눠 부담하도록 했다. 만약 통신사 단독 계약 건물이라면 소비자 부담 없이 신규 사업자와 기존 사업자가 위약금을 절반씩 부담하면 된다.

이와 관련 방통위 한 관계자는 "통신사 단독 계약 건물뿐 아니라 정 씨와 같이 다른 경우 등에도 마찬가지로 이용자의 위약금 납부를 면제할 수 있는 방안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 씨는 새 개선안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미흡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기존에 쓰던 A 통신사의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고 싶은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닌데도 건물주가 특정 통신사 선택을 고집하는 탓에 소비자 선택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 씨는 "늙은 나이에 직접 글씨를 입력해서 검색하기가 힘든데 (음성인식 서비스가) 말로만 하면 알아서 처리해주니 아주 편리했다"면서 "홀로 지내던 도중 이 기계와 친구가 돼서 즐겁게 지내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은 상황을 겪게 돼 정말 답답한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한 관계자는 "정 씨처럼 임대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경우 계약상 통신사 선택이 건물주 권한으로 돼 있는 경우가 많아 통신사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면서 "통신사 잘못으로 볼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내 대기업 A 통신사도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정 씨는 기존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고 싶어 하는데, 우리로서는 노력해보겠지만, 건물주가 반대하는 경우엔 달리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장진웅·김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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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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