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나)
꽃이 피었다,
도시가 나무에게
반어법을 가르친 것이다
이 도시의 이주민이 된 뒤부터
속마음을 곧이곧대로 드러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나도 곧 깨닫게 되었지만
살아 있자, 악착같이 들뜬 뿌리라도 내리자
속마음을 감추는 대신
비트는 법을 익히게 된 서른 몇 이후부터
나무는 나의 스승
그가 견딜 수 없는 건
꽃향기 따라 나비와 벌이
붕붕거린다는 것,
내성이 생긴 이파리를
벌레들이 변함없이 아삭아삭
뜯어 먹는다는 것
도로변 시끄러운 가로등 곁에서 허구한 날
신경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피어나는 꽃
참을 수 없다 나무는, 알고 보면
치욕으로 푸르다
- 손택수, 나무의 수사학 1 -
<2021학년도 6월 수능 모의평가 국어영역 24번 문제>
24. <보기>를 바탕으로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 기>-----------------
<나무의 수사학1>의 화자는 도심 속 가로수를 관찰하며 도시를 비판적으로 조망한다. 도시의 가로수는 나무의 푸름이나 아름다운 꽃조차도 도구적 가치에 의해서 평가된다.
화자는 삭막한 도시 환경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참아 내며 꽃을 피우는 모습을 나무의 반어법으로 인식한다. 도시에 제대로 뿌리박지 못하면서도 도시 환경에 적응하여 꽃을 피우는 나무에서 치욕을 읽어 낸 것이다. 그것은 도시의 이주민인 화자가 나무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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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들뜬 뿌리`는 나무가 처한 상황에 대한 화자의 동질감을 반영하고 있군.
② `내성이 생긴 이파리`는 나무가 도시에 적응하면서 지니게 된 성질을 보여 주는군.
③ `시끄러운 가로등 곁`은 꽃을 피우며 참아 내야 할 삭막한 도시환경을 드러내고 있군.
④ `신경증과 불면증`은 나무가 도시에 적응하기 위해 견뎌 내야할 고통을 보여 주고 있군.
⑤ `치욕으로 푸르다`는 도구적 가치로 평가받아 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무에 대한 비판적 표현이군.
이 문제의 정답은 ⑤번이다. <보기> `도시의 가로수는 나무의 푸름이나 아름다운 꽃조차도 도구적 가치에 의해서 평가된다.`는 설명과 `도시에 제대로 뿌리박지 못하면서도 도시 환경에 적응하여 꽃을 피우는 나무에서 치욕을 읽어 낸 것이다`와 연관 지어 해석하면 된다. `치욕으로 푸르다`는 척박한 도시 환경에서도 도구적 가치로 평가받아 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 환경에 적응해서 꽃을 피울 수밖에 없는 나무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①번은 <보기>의 `도시에 제대로 뿌리박지 못하면서도 도시 환경에 적응하여 꽃을 피우는 나무에서 치욕을 읽어 낸 것이다. 그것은 도시의 이주민인 화자가 나무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라는 내용과 연관 지어 감상하면 된다. `들뜬 뿌리라도 내리`려는 화자의 모습은 도시에 제대로 뿌리박지 못한 나무의 상황에 대한 화자의 동질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②번은 <보기>의 `도시 환경에 적응하여 꽃을 피우는 나무`와 연관 지어 해석할 수 있다. `내성이 생긴 이파리`는 나무가 도시에 적응하면서 지니게 된 성질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③번은 <보기> `삭막한 도시 환경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참아 내며 꽃을 피우는 모습`과 연관 지어 감상할 때, `시끄러운 가로등 곁`은 꽃을 피우며 참아 내야 할 삭막한 도시 환경을 드러낸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④번은 <보기>의 `삭막한 도시 환경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참아 내며 꽃을 피우는 모습`과 연관 지어 감상할 때, `신경증과 불면증`은 나무가 도시에 적응하기 위해 견뎌 내야 할 고통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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