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예측독성연구본부 책임연구원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예측독성연구본부 책임연구원
UN이 정한 세계 손 씻기의 날이 있다. 매년 10월 15일이면 전 세계적으로 손 씻기 행사를 한다.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 착용과 더불어 강조되는 것이 있다. 바로 손 씻기다. 30초간 비누거품을 내고 흐르는 물에 손을 씻도록 권장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다른 감염성 질환이 눈에 띠게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세균과 바이러스의 전파가 차단되고 손 씻기를 통한 개인위생이 개선됐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깨끗한 환경에서 안락한 삶을 누리고자 한다. 우리가 청결함을 추구하는 것은 소득이 증가하고 교육수준이 높아져서 일수도 있다. 우리 몸과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다. 그냥 물로 닦는 것보다는 비누를 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고, 비누보다는 더 강력한 살균성분과 계면활성성분의 세제가 더 만족감을 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사람들의 청결유지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게 되면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생활화학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 손 씻기에도 비누를 사용하여 충분히 거품을 내고 손가락 마디마디와 손바닥, 손등을 잘 비벼가며 씻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런데 막상 30초라는 시간동안 손을 씻는 것이 쉽지는 않다. 야외나 물로 손을 씻기 어려운 상황에 유용한 것이 손소독제다. 시중에 유통되는 손소독제는 알코올성 성분(에탄올, 이소프로필 알콜)과 비알코올성 성분(염화벤잘코늄)으로 분류된다. 대부분 알코올성 손소독제가 유통되는데 에탄올 함량이 유효농도(60-80%)를 확인하고 사용해야 한다. 알코올 외에 보습성분이나 다른 물질이 많을 경우는 소독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에탄올 대신 메탄올을 사용한 손소독제 유통이 외국에서 보고되기도 하였다.

우리 생활환경은 어떤가? 지금 당장 욕실에 들어가서 청소용 세제며 곰팡이 제거제가 몇 종류나 있는지 확인해 보자.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너무도 다양한 종류의 세제와 곰팡이 제거제, 표백제등이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겨 있을 것이다. 생활화학제품은 살생물제(사람이나 동물을 제외한 유해한 생물제거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물질)라고 분류되어 세균이나 곰팡이를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가정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생활 화학제품은 의외로 주의할 점이 많다. 제품에 붙어있는 설명서의 글자는 아주 작고 읽기 어렵다. 몇 가지 중요한 주의사항을 정리해 보자. 생활화학제품들을 사용할 때는 적절한 환기가 필요하다. 환기가 어렵다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빠른 시간 내에 청소를 마쳐야 한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것은 이런 생활화학제품을 임의로 섞어서 사용해서는 안 된다. 확인되지 않은 화학반응이 일어나 인체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

환경부에서는 살생물제의 혼합사용에 대한 규제 지침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정부주관 연구 사업을 실시하며 연구결과를 취합하고 있다. 사용자가 더 확실한 효과를 기대하고 임의로 혼합하여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리고 청소효과를 높이기 위해 생활화학제품을 뜨거운 물로 씻어내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뜨거운 물로 인해 유해성분이 쉽게 공기 중으로 확산되어 인체에 흡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희석이 필요한 제품은 권장 농도로 사용해야 효과적이며 원액으로 인한 피부손상도 피할 수 있다. 깨끗한 몸과 청결한 환경을 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생활화학제품의 효과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부적절한 사용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예측독성연구본부 책임연구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