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을현 충남대 과기지식연구소 교수
성을현 충남대 과기지식연구소 교수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사회적·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전혀 예측 못한 가운데 발생한 상황이라 인류가 겪는 고통은 더욱더 크다. 감염의 우려로 항상 마스크를 써야 하는 고통도 힘들지만, 많은 국민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은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나름의 선방을 하고 있지만 많은 국민들이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코로나19에 의한 고통 중에 그나마 위로가 되었던 것은 트로트 열풍이었다. 한 종합편성채널의 오디션프로그램으로부터 촉발된 트로트의 열풍은 온 나라를 트로트에 빠져 들게 했다. 미스터트롯이란 프로그램의 최종회 시청률은 무려 35.7%에 달했고, 경연 참가자들은 전례 없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단순히 지나가는 유행일 수도 있지만, 이 트로트 열풍은 차원이 다른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트로트 열풍에는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위로와 치료가 있다. 특히 임영웅이라는 걸출한 스타의 등장은 음악이 가져다 주는 단순한 감상과 정서의 순화 차원을 넘어 절망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새 희망으로 살아가게 하는 긍정적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4월 6일 방영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방영된 강원도 정선 할머니의 사연은 음악을 통해 일어난 긍정적 삶의 변화에 대한 대표적 사례로, 음악이란 예술이 주는 사회적 순기능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예술의 순기능은 비단 일반 사회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에도 있다. 기업과 예술은 오래전부터 매우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 왔다. 그중 최근 관심은 `예술적 개입(Artistic Interventions)`이다. 예술적 개입은 예술인이나 예술작품, 또는 예술의 프로세스가 기업 내에 들어가 활동하는 것으로, 이 활동을 통한 예술적 체험이 상상력을 자극하고 이 상상력이 창의와 혁신을 가져와 결과적으로 기업의 발전과 성장에 도움이 됨을 전제한다. 이 예술적 개입은 영국, 핀란드 등 유럽을 중심으로 이미 활성화 돼 있고, 실제로 유니레버사, 페이스북 등의 많은 세계적 기업에서 도입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포스코 등의 기업에서 이미 도입한 바 있으며, `예술적 개입`의 촉진을 위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정부지원사업으로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예술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만 1023명의 예술인과 208개의 기업 및 기관이 협업해 활동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예술인 중심으로 진행됨으로써 기업적 관점의 접근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성공적인 예술적 개입을 통해 기업의 혁신과 발전이 이루어지고, 예술적 개입이 기업에서 자리잡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예술인들의 양질의 일자리가 재생산되는 선순환 구조를 위해서는 기업에 보다 더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창의와 혁신, 그리고 감성 경영은 기업에 대한 현 사회의 시대적 요구가 됐다. 그리고 시대적 요구에 직면한 기업에게 창의, 혁신, 감성의 우성 DNA를 가진 예술인들을 적극 활용하는 예술적개입은 가능성 높은 돌파구로 인식되고 있다. 기업에서의 예술적개입에 대한 적극적인 도입 노력과 함께, 이의 촉진을 위한 정부의 예술적개입에 대한 보다 확장된 범위의 역할 정의와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대전에서도 문화산업진흥원이나 대전디자인진흥원과 같은 관련 기관들의 사업영역확장이나 새로운 전문지원기관의 설립을 통해 기업 중심의 예술적개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가능성 있는 예술가, 매개체, 기업을 발굴하여 예술가-매개체-기업의 체계적인 네트워킹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술적 개입의 활성화를 통해 고용보험가입률이 24.1%에 불과한 예술인들이 자신의 속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업 내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혁신과 발전이 촉진된다면, 이 또한 기업의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예술의 사회적 순기능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성을현 충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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