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묵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임묵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곡돌사신(曲突徙薪)`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한 나그네가 우연히 길을 가다가 본 집의 굴뚝이 반듯하게 뚫려있고 그 곁에는 땔나무가 잔뜩 쌓여있었다. 나그네는 주인에게 굴뚝을 꼬불꼬불하게 만들고, 땔나무는 다른 곳으로 옮겨 놓으라고 했지만 주인은 그 말을 듣지 않았고 그 집에 큰불이 났다. 봄기운이 느껴지는 이때 곡돌사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일 년 중 산불이 가장 많이 나는 시기는 지금 이 시기인 4월 초순부터 중순까지이다. 일년 중 가장 건조한데다가 바람까지 불어 산불이 쉽게 번진다. 산림청에 따르면 4월에 10년 평균 피해면적의 53%가 집중된다.

봄철에 산불 피해가 큰 것은 강한 바람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형 산불로 손꼽히는 지난 2005년 강원도 양양 낙산사 산불도 건조한 바람이 강하게 부는 4월 봄철에 발생했다.

이 때 진화에 동원된 산림 공무원의 수기에서 "불길과 불길이 서로 부딪칠 때 상상할 수 없는 폭음과 함께 엄청난 불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고, 초속 20m의 바람을 타고 낙하산처럼 이 산, 저 산으로 불이 옮겨갔다. 마치 미사일처럼 200-300m씩 날아가는 불꽃들은 차량보다 더 빨리 지나갔다. 평상시 길면 1주일 동안 번질 거리가 2시간도 채 안 걸렸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봄철 산불의 무서움을 잘 표현해주는 글이다. 건조한 바람이 산불을 부르는 것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부는 `디아블로 윈드`라는 바람이 있다. 악마바람이라는 이름처럼 악명이 높다. 협곡에서 발생한 바람이 산맥을 넘어오면서 고온 건조한 강한 바람으로 바뀐다.

이 바람이 불면 북캘리포니아 지역은 화재비상이 걸린다. 산불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먼저 생태학적 측면에서 산불로 인해 탈산림화와 함께 생물 다양성이 감소한다.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토양의 영양물질이 소실돼 산림복원이 어렵다.

산불로 발생한 재와 연기로 인해 산성비와 대기오염도 증가한다. 두 번째로 경제적인 손실이다. 목재와 가축, 임산물 등의 소득손실이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측면에서 관광객이 감소하고 피부 및 호흡기 계통의 건강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산림파괴로 인한 시민들의 정서적인 손실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대전시는 봄철 산불예방과 진화에 대처하기 위해 2월 1일부터 5월 16일 까지를 `봄철 산불조심기간`으로 정했다. 시 본청과 5개 자치구에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구체적으로 지역 5대 명산의 산불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입산통제, 등산로 폐쇄구간 지정고시와 더불어 산불감시원을 선발 배치했으며, 동구 식장산 등 주요 산 일원 산불취약지역에 드론 활용 산불예방 홍보를 주 2회 시범실시 하고, 시·구 산하 전 공무원을 현장 감시에 투입하는 등의 산불예방 특별대책을 추진 중이다.

최근 3년간 우리 시의 산불발생 원인은 입산자 실화가 39%, 논·밭두렁 소각이 25%를 차지하고 있다. 인재로 인한 산불이 전체 산불발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산불예방 노력과 그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및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굴뚝을 꼬불꼬불하게 만들고 아궁이 근처의 나무를 멀리 옮기는 마음으로 다함께 산불 예방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임묵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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