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찬 건축사 (바른건축사사무소 대표·순천향대 건축학과 겸임교수)
강영찬 건축사 (바른건축사사무소 대표·순천향대 건축학과 겸임교수)
봄이다. 코로나19도 기지개를 펴는 해맑은 봄은 막을 수 없나 보다. 온 세상이 파릇파릇해지는 요즈음이면 `식목일이 공휴일이었는데` 하는 생각이 나다니 옛날 사람 티가 나는 것 같다. 2006년부터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됐는데 이는 나무심기의 중요성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해가 더 커서가 아니었을까. 자나 깨나 불조심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보존해야 하는 것은 지금 지구를 사용하고 있고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사용해야 하는 우리들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이것은 모든 분야에서의 공통된 관심사이기도 하다. 독일계 철학자 한스 요나스(1903-1993년)는 1979년 발간한 `책임의 원칙`에서 1.책임질 수 있는 능력 2.집단적 행위의 결과 및 부작용의 이해 3.일상적 행위의 장기적 부작용에 대한 지식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생태주의의 중요성을 논했다. 인간 중심을 넘어서 생태계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대지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 곳에 건물을 지으면 그 곳에 있던 동물, 생물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렇게 생태계의 사슬을 끊어버린다면 우리의 삶에도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우리 인간에게 다소 불편하더라도 자연을 위해서라면 그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힘들지만) 자전거 이용하기, (귀찮지만) 조명에너지 절약하기, (비싸지만) 저탄소 인증제품 사용하기, (번거롭지만) 재활용을 위해 철저한 분리수거 하기 등 우리 생활 속에서 해야 할 일은 많지만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자. 우리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는 건축에서는 어떨까? 우선 건축을 부동산이 아닌 문화이자 사회 공동재산으로 인정하는 마음부터 시작인 것 같다. 빨리 빨리, 크게 크게, 싸게 싸게가 아니라 공간을 생각하고 자연과 조화를 위해 주위를 돌아보며 건축자재를 선택함에도 꼼꼼하게 따져 보고 유지보수를 꾸준히 해 건축물 수명을 길게 하는 것 등 건축에 대한 가치관이 변해야 한다. 많이 짓기 보다는 아껴 지어야 하지 않을까. 건축이라는 것이 `자연을 훼손하고 저탄소 제품과는 거리가 멀다` 고만 생각한다면 옛날 사람 티가 나는 것이다. 그린뉴딜, 도시재생, 녹색건축물, 그린 리모델링, 친환경 건축, 패시브 건축(최초의 패시브하우스는 1991년 독일의 다름슈타트에 지어진 4세대 연립주거다), 제로에너지 건축, 1.5리터 하우스, 태양광패널, 지열 등은 친숙한 단어들이 되었고, 이미 우리와 자주 만나고 있다.

너무 광범위하다면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아스콘으로 마당을 깨끗하게 공사해서 덮어버린다면 사용하기에는 편리하겠지만 그 밑으로 빗물이 들어갈 수 없게 된다. 울퉁불퉁하여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투수성 포장재를 사용한다면 땅 원래의 모습에 가깝지 않을까. 옥상이 평평한 구조라면 파란색의 방수재로 덮지만 말고 공사비는 추가되겠지만 옥상조경을 설치하여 단열효과도 높이고 작은 생태계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화장실 변기를 고르더라도 비싸지만 절수설비 인증제품을 선택해 일상생활에서 조금이라도 물을 아껴보는 것 또한 좋은 실천 방법이 될 것이다. 정부는 2002년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친환경건축물 인증을 시작해 현재는 녹색건축인증(G-SEED)을 시행하고 있다. 최우수(그린1등급), 우수(그린2등급), 우량(그린3등급), 일반(그린4등급)으로 구분, 신축 및 기존 건축물에 대한 인증과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연면적 3000㎡ 이상 건축물의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센티브는 취득세 경감과 용적율·건축물 높이제한 완화가 있지만 실제 수요자가 느끼는 쾌적한 환경 제공과 에너지 절감에서 오는 자연보호에 대한 실천은 그 이상의 가치가 될 것이다. 앞으로 건축물을 확인할 때 면적과 층수만 볼 것이 아니라 녹색건축인증이 무슨 등급 인지도 중요한 요소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듯이 양보다는 질적으로 건축을 대하고 인정하는 사회적 가치관만이 잠시 지구를 빌려 쓰는 우리 세입자들의 올바른 마음가짐이 아닐까.

강영찬 건축사 (바른건축사사무소 대표·순천향대 건축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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