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광역단체 가운데 충남이 가장 먼저 자치경찰을 출범시켜 주목된다. 이는 일부 시도가 관련 조례 조차 제정하지 못한 채 답보 상태인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일부 시도는 출발선에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광역단체와 경찰 간 자치경찰의 사무 범위를 규정한 조례 제정을 둘러싸고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이 제시한 사무 표준 조례안 2조 2항은 `광역단체장은 지방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일부 광역단체는 `들을 수 있다`로 변경해 마찰을 빚고 있다. 갈 길이 먼데 자치경찰의 두 축인 광역단체와 경찰이 문구 하나를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충북에서는 집회를 관리하고 통제해야 하는 경찰이 오히려 집회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충남은 지난 3일 전국 최초로 경찰청 표준안에 준해 조례 정비를 마쳤다. 16개 시도 모두 자치경찰 출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충남이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자치경찰제는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정 사실화됐고, 올 7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 제도는 기존의 경찰 조직을 유지하면서도 시도지사 소속으로 합의제 행정기구인 자치경찰위원회를 두고 사무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경찰 사무 중 국가 사무와 수사 사무를 제외한 생활안전, 교통, 경비, 가정·학교·성폭력 등을 자치경찰이 담당하게 된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경찰은 지역의 현장으로, 주민의 품으로 한 발 더 다가서게 된다.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이 됐지만 자치경찰은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이다. 충남 자치경찰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출범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시행 초기 충남도와 충남경찰청 간 유기적인 협조로 자칫 업무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치안행정과 지방행정의 연계 방안, 자치경찰제 사무 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업무 매뉴얼도 개발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지역적 특수성과 치안 수요 등을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치안 서비스는 주민 가까이 밀착해 함께 할 때 더욱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충남의 자치경찰이 가장 먼저 첫 발을 내디딘 만큼 앞으로도 타 시도의 선도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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