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묵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임묵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숲은 글자 모양도 숲처럼 생겨서, 글자만 들여다보아도 숲 속에 온 것 같다. 숲은 마을의 일부라야 마땅하고, 뒷담 너머가 숲이어야 마땅하다.` 소설가 김훈의 자전거 여행에 실린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는 글의 한 구절이다. 모국어 중에 가장 편애하는 단어가 `숲`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빌딩숲 속에서 살아가는 도시인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바라만 봐도 편안 해지고 바쁜 일상에 여백을 만들어주는 초록내음 가득한 숲이 아닐까.

지난 몇 년간 기후변화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이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폭염, 가뭄, 태풍의 강도와 빈도가 심해지고 있고, 지금과 같은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이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돌이키기 힘든 기후재난에 직면할 것 이라고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성과 심각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2050 탄소중립`은 최우선 목표가 됐다. 탄소중립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 제거해서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이 0(Zero)이 되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숲의 역할과 활용방안이 본격화대도 나무심기를 주요 아젠다로 확산되고 있는 세계 각국과 지자체들의 움직임이다. 국내 인구의 90% 이상이 거주하는 도시에 숲을 잘 조성하는 것 역시 중요한 탄소 감축 정책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즉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흡수원의 주요 수단으로 도시숲의 기능이 부각되고 가치가 인정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시숲은 도시공원, 가로수와 도로변 녹지, 학교숲, 정원 등 다양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으며 휴식 공간 제공은 물론 도시 미세먼지 저감과 기후조절과 같은 환경기능 개선까지 우리에게 다양한 혜택을 준다. 저탄소 녹색도시를 위한 필수적 녹색 인프라는 건강하고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드는 부작용 없는 최적의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최근 1년 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과 우울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에게 생활권 주변 도시숲은 유일한 탈출구다. 기후 취약계층의 녹색복지 측면에서도 도시 숲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전시에서는 주요 탄소흡수원인 도시숲의 다양한 효과를 극대화하고 언제 어디서든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10분 이내 생활권과 원도심 등 공원녹지 소외지역을 중점적으로 천개의 숲을 조성하려 한다.

천개의 숲 조성은 `1000`이라는 숫자보다 지친 도시인들에게 일상의 작은 쉼표가 되어 주고, 도심 속 탄소 문제를 해결할 큰 의미의 초록빛 도시로 다시 태어나려는 의지의 표시다. 그동안 추진해 온 미세먼지 차단 숲과 도시 바람길 숲을 포함해 미세먼지 취약군인 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교길 조성을 위한 통학로 녹화 사업인 자녀안심 그린숲을 비롯 도심 내 가로구조물인 버스정류장 녹화 등 다양한 유형의 도시숲 확대로 시민들이 더 많이 체감할 수 있는 녹색공간을 창출해 나갈 것이다.

숲은 우리가 직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현재와 미래를 포용할 수 있는 삶과 공존하는 숲의 패러다임을 주도할 것이다. 공기청정기는 좁은 구역에서 빠른 시간 안에 공기를 정화하지만, 숲은 흙, 태양과 물만 있으면 우리 지역 나아가 지구 전체에 깨끗한 공기를 공급한다. 미래 세대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을 위해서라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천개 이상의 숲이 아닐까. 건강한 녹색 공간 숲속의 도시 대전을 위해 그 어려운 걸 해보려한다.

임묵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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