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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포럼] 때 이른 꽃 소식이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2021-03-30 기사
편집 2021-03-30 07: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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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서범경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연구부장

코로나19 사태에도 변함없이 봄은 오고 꽃 소식이 남으로부터 들려온다. 올해도 역시나 각 지역의 봄꽃 축제들은 모두 취소되는 분위기다. 꽃그늘 아래서 그리운 얼굴들과 함께 겨우내 움츠린 몸을 활짝 펼 여유도 없이 우린 또 이렇게 한 해를 보내야할 모양이다.

꽃은 봄의 온기로 개화시기를 안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따뜻한 온도에 일정시간 이상 노출(가온량)'이 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봄꽃인 개나리의 가온량은 84.2도이고, 왕벚나무는 106.2도 정도라고 한다. 우리가 벚꽃보다는 개나리를 먼저 볼 수 있는 이유다. 지난 10년간 남부 지방에서는 벚꽃의 개화시기가 일주일 정도 당겨졌다고 한다. 해가 거듭될수록 점점 빨라지는 봄꽃 소식이 반가운 뉴스로만 들리지 않는다. 기후변화, 기후위기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종의 탄생 이후 초창기에는 자연에 순응하며 살다가 농업혁명 및 과학혁명을 바탕으로 자연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특히 인류 문명의 발전을 위해 자연을 최대한 이용하고 개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필연적으로 자연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변화가 쌓여 발생한 기후변화는 오늘날 인류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2018년 동아시아·유럽 지역의 기록적 폭염, 2019년 호주의 대규모 산불 등 최근의 수많은 기상이변과 자연재해의 배후로 지목된다. 최근에는 미국을 덮친 강력한 한파로 텍사스주에 정전이 일어나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며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지금까지 인류는 자연을 마음껏 바꿔 사용하는 것에만 익숙했지, 자연 스스로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바뀌는 건 경험하지 못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승리호'에서와 같이 주위 환경을 우리에게 딱 맞추는 테라포밍(terraforming) 기술을 이용한다면 인류의 생존을 지속할 방법들이 얼마든 있겠지만, 아직은 먼 미래의 일로만 느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국제사회는 2015년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시대 이전과 비교하여 가능하면 1.5℃ 이내로 억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른 구체적인 이행 방안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의 총합이 0이 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현재의 기후위기를 초래한 책임의 대부분은 이미 공업화에 성공한 선진국들에게 있다. 그들이 현재까지 이룩한 물질적 풍요를 바탕으로 모든 국가들에게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고 강제한다고 한들 실제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직도 하루에 10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는 인구가 전 세계 약 40억 명에 이른다고 하니 말이다. 이들 또한 경제적 발전을 위해서는 당분간 화석연료의 사용은 필연적일 것이다. 이렇듯 기후위기는 일부 국가들만의 노력으로 당장 되돌릴 수 없다.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위기는 빙산 위에서 굶주림에 떨고 있는 북극곰에게만 닥쳐온 게 아니다. 전 지구적 문제이며, 모두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다. 당장 나에게 닥친 문제가 아니라고 해서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언젠간 닥쳐올 파국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모여 국가가 변하고 세상이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늘 하루는 미래에 대한 걱정들은 잠시 묻어 두고, 화사한 봄기운과 더불어 꽃그늘 아래로 난 길을 가까운 이들과 함께 걸으며 온화한 날씨, 그리고 평온한 일상의 소중함을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범경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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