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영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전우영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벌써 1년이 넘었다. 이놈의 코로나19는 도대체 끝을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엔 남의 나라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덜컥 우리나라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우리나라는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이 깨졌다. 하지만 안심했다. 대전은 안전지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전은 홍수도 안 나고, 지진으로부터도 안전한 곳이 아닌가. 대전은 심심해서 코로나도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농담을 들으면서, 대전이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감염병으로부터도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대전에서 살기로 한 내 결정이 얼마나 탁월했던 것인지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이러한 기대가 얼마나 허망하고 부질없는 것이었는지를 확인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믿음이 깨지자 불안과 혼란이 찾아왔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마지막으로 기댈 곳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무나 다 걸리나, 나는 원래 이런 거 잘 안 걸리는 사람이야." 사람들은 살다보면 다양한 종류의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불행한 사건이 자신에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낙관주의의 오류다.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할 확률을 자신에게만 낮게 추정하는 일종의 판단 오류다.

한 연구에선 유명인들(예를 들어 빌 클린턴, 마이클 조던, 마더 테레사)이 사후에 천국에 갈 확률에 대해 추정해보라고 했다. 천국에 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은 누구일까? 참여자들은 마더 테레사를 꼽았다. 인도의 빈민가에서 평생 가난하고 병든 사람을 위해 살았던, 살아있는 성녀로 불렸던, 마더 테레사가 천국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연구의 가장 흥미로운 발견은 응답자 자신이 사후에 천국에 갈 확률을 물었을 때 나왔다. 1등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마더 테레사가 천국에 갈 확률보다 자신이 천국에 갈 확률을 더 높게 추정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만을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지각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보단 자신이 더 안전하다고 믿음으로써 부정적 사건에 대한 생각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안감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낙관주의는 불안을 줄여주고 행복감을 증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과도한 낙관주의에 있다. 낙관주의는 확률을 무시하게 만든다. 마스크를 벗고 다른 사람들과 밀접 접촉하면,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는 과학이다. 코로나19는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천국에 갈 사람인지 아닌지 차별하지 않고 공격한다. 하지만 낙관주의 오류는 나는 특별하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아무리 조심해도 걸릴 사람은 걸리고, 그냥 대충 해도 안 걸릴 사람은 안 걸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후자에 속한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과학적 사고는 확률적 사고를 의미한다. 올림픽 야구 결승전에 일본과 맞붙었다고 생각해보자. 한국의 9회 말 공격. 2대 1로 뒤지고 있는 상황. 투아웃 만루. 타율 3할에 홈런 30개를 기록한 선수와 타율 1할에 홈런은 하나도 없는 타자가 있다. 당신이 감독이라면 누구를 타자로 쓸 것인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3할 타자를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10개 중 3개를 안타로 만든 타자가 10개 중 1개만을 안타로 만든 타자보다 확률적으로 안타를 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3할 타자를 기용했음에도 안타를 못 칠 수도 있다. 반대로, 1할 타자를 기용했는데, 기적적으로, 안타를 칠 수도 있다. 하지만 확률은 3할 타자를 선택하는 것이 과학적인 판단이라고 알려준다.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이 결정에 동의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사람이 방역수칙을 무시하는 사람보다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낮다. 따라서 `과학`이라는 감독은 코로나와의 승부에 `방역수칙 준수`라는 선수를 선택할 것이다.

나는 괜찮을 것이라는 코로나19에 대한 낙관적 사고는 우리의 불안한 마음을 위로해줄 수는 있지만, 우리의 생명을 보호해주지는 못한다. 코로나19는 우리가 1년 동안 방역수칙을 준수하느라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고 해서 봐주지 않는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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