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익 세종시교육청 장학사
조원익 세종시교육청 장학사
교육은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존재 자체로서 자신을 보고 사회 구성원으로의 역할과 책임을 사유하며 사익과 공익의 균형을 이루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학교는 이런 교육을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계없이 경험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고, 마을은 학교에서의 배움을 다양한 환경에서 실천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런 취지에서 2017년부터 세종시교육청은 마을교육공동체 지원 사업과 세종마을교사, 세종마을학교, 청소년자치배움터 동네방네 프로젝트 사업을 대표적으로 추진했다. 4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누적 342명의 마을교사가 활동했고 100개의 마을학교를 운영했으며 349명의 청소년들이 동네방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렇다면, 지난 4년간 민·관·학이 함께 걸어온 마을교육공동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마을교육공동체에 참여하는 어른들은 입시경쟁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교와 마을이 협력해야 하며, 학교에서만의 배움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을의 시민과 학부모는 기꺼이 당신의 역량과 시간을 내어 마을교육공동체 사업과 활동에 참여했고, 시청은 교육청과 협력해 행복교육지원센터를 열어 복합커뮤니티센터를 활용한 방과 후 수업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아이들은 학교에서의 배움이 삶과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밝은 면과 함께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지방자치단체는 특유의 행정력으로 폭 넓은 협력 사업을 진행했지만 철학적 이해와 공감이 다소 부족했고, 학교는 마을교육공동체가 미래 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학교 피로를 높이는 사업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교육청 역시 처음 본래의 마음보다 사업의 추진과정에 매몰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활동가는 마을이 교육의 수단 혹은 자원으로 인식되는 부분이 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첫걸음을 내딛는 세종마을교육공동체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배움터임을 인정하고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먼저 교육청은 마을교육공동체로 산업화, 도시화, 근대화 과정에서 빚어진 공동체의 붕괴, 삶과 동떨어진 배움과 관계의 위기를 복원하고자 학교와 마을이 상생하는 교육 생태계를 구축해서 우리 아이들을 지역의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학교는 마을로 나와 삶과 연계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마을은 학교로 들어가 삶 속에서 배움을 실천할 수 있는 보물창고가 돼야 한다. 이렇게 형성된 교육생태계는 가족과 지역, 국가를 넘어 지구와 생태적 관점에서 나와 너, 우리 모두의 존엄사회를 만든다. 이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학교와 마을은 우리 아이들이 교과서 내용을 암기하는 학력이 아닌 앎을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존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존재 가치와 역할과 책임을 사유하며 사회의 부조리와 불합리에 목소리를 내며 실천하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이렇게 건강한 교육생태계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다시 마을의 어른이 되어 마을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

학교는 시민이 탄생하는 곳이고 마을은 그 시민이 삶을 살아가는 곳이다. 마을교육공동체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마을이 교육적 자원으로 활용되는 단계를 넘어서 교육의 주체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청은 어른들의 경험이 아이들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아이들의 성장이 다시 마을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적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조원익 세종시교육청 장학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