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용길 세종충남대병원장
나용길 세종충남대병원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비대면 환경 전환으로 사회 곳곳에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대표적 사회기반시설인 병원에서도 기술 기업과 협업으로 업무 효율화를 꾀하는 한편 의료기술의 디지털화도 추진되고 있는데 이른바 `스마트병원`이다.

`베러파이드 마켓 리서치(Verif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2019년 세계 스마트병원 시장 규모는 254억 8000만 달러(약 30조6397억 원)다. 연평균 24.03% 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1288억 9000만 달러(약 154조9902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적인 스마트병원 관련 시장 확대에 발맞춰 주요 국가들도 정부 주도로 스마트병원 육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지원 사업`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을 의료에 적용해 환자의 안전관리, 진단,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료서비스를 개선하고 이를 검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적인 관심에도 일부 병원에서는 단순히 홍채 인식 시스템을 도입한 뒤 `우리는 스마트병원입니다`라고 홍보할 정도로 스마트병원에 대한 개념의 인식 차이가 크고 모호하다. 환자 입장에서 느끼는 진료 경험은 이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스마트병원에 대한 논의가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아직 스마트병원에 대한 개념조차 모호한 상태에서 병원에서 시도되고 있는 다양한 기술에 대한 설명보다는 미래의 스마트병원에서 느끼게 될 진료 경험의 변화에 대해 상상해 보고 독자들 역시 자기만의 스마트병원을 상상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미래의 스마트병원을 상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보다 안전한 병원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지금도 많은 의료진과 병원 종사자들이 안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지만,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환자 안전사고 보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환자 안전사고 신고현황`에 따르면 환자 안전사고 보고 건수가 2017년 3864건에서 2019년 1만 1953건으로 209.3% 늘었다.

이러한 안전 사고의 원인으로는 무엇보다 흔히 `노동 집약적` 산업으로 일컫는 의료산업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꼽을 수 있다. 부족한 인력은 의료인의 업무 강도를 높이고 근무 환경을 열악하게 해 전문 인력 이탈이라는 악순환을 만든다.

미래의 스마트병원에서는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의료인의 업무 강도를 낮춰 업무 실수를 줄임으로써 환자의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최근 국내외 여러 기업에서 활발하게 연구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생각해 보자. 입원 치료를 경험해 본 독자들은 알겠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경우 간호사의 방문은 대략 하루 3-5회 정도 이뤄진다.

경험 있는 의료인력들이 미리 문제가 생길 법한 환자들의 모니터링을 더 철저히 수행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사고들이 의료 인력의 감시 밖에서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여러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입원환자의 활력징후(혈압, 맥박, 호흡, 체온) 및 심전도 등을 24시간 연속적으로 한 곳에서 모니터링하고 문제 가능성 있는 환자를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알려줘 의료진이 대비할 수 있게 한다면 의료진의 업무 증가 없이 환자 안전도를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상상을 한층 더 발전시키면 도시 자체를 하나의 병원으로 만드는 것도 그리 무리한 상상은 아닐 듯도 하다. 시민들은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통해 의료진을 만나고 필요한 생체 정보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의료진에게 전달되며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수행이 불가능한 검사나 처치는 자율주행 이동수단으로 환자를 직접 찾아가는 스마트 도시도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현재의 규제나 법규로는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규제나 법규도 사람이 만든 것임을 고려할 때 이러한 상상을 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미래는 더 빨리 찾아오지 않을까?

나용길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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