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밭철공소 김선근 씨
대전 한밭철공소 김선근 씨
"연장을 만들고 고치려면 반드시 여기를 거쳐가야 합니다. 여기 아니면 갈 곳이 없어요. 그래서 없어지면 안됩니다."

대전 동구 삼성초등학교에서 50m 지점에 위치한 `한밭철공소`. 이곳을 지나다 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홀로 쇠를 두드리는 김선근(77·사진)씨.

김씨가 이 일을 시작한 세월도 60년을 훌쩍 넘었다. 한동안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세상을 뜨고, 홀로 담금질을 하는 김 씨의 주름만큼이나 고난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다. 사라져가는 이 일을 묵묵히 이어온 이유에 대해 김씨는 "춥고 배고팠던 시절, 가장으로써 식솔들을 위해 일을 한 것일 뿐"이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전통적인 대장장이가 호미 하나를 만드는 시간은 줄잡아 한 시간이 걸리지만, 기계로 제작하면 한꺼번에 수십 개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대장장이는 점차 사라지게 되었고, 1970년대 이후 시골의 장에서도 거의 볼 수 없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여파로 공사와 철거 등 건설공사가 줄어들면서 대장간을 찾는 이들의 발길도 끊어지기 시작했다. 김씨의 대장간에도 미리 만들어 둔 연장과 철제 재료들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쌓여만 간다. 일명 `빠루`라 불리는 쇠지렛대와 연장들이 어려운 현실을 방증이라도 하듯 녹이 슬기 시작했다.

17살 나이에 시작한 이 일을 더는 이어 갈 사람이 없다는 현실에 김 씨는 긴 숨을 내쉬었다.

"작업 자체가 육체적 노동인데다 기술이 필요한 탓에 3D 직종이 된 지 오래다. 젊은 사람들은 사실 대장간에서 일하는 것 자체를 기피하는 현실이 씁쓸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명맥을 이어가려면 사람과 기술, 그리고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작은 지원(보조금)이 필요하다"며 "이 보다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힘든 것은 중요한 수요자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기술을 이어 받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사라지고 경기가 살아나길 소망한 김씨는 "건축 경기도 활기를 되찾고, 사람들이 다시 찾아주면 좋겠다. 쌓여 있는 물건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며 풀무질을 시작했다.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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