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서면 스마트국가산단 가건물 설치 등 의심 정황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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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세종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수십조 원의 혈세를 투입해 각종 개발사업을 벌였으므로 투기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는 합리적 의심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H 땅 투기 의혹을 밝히기 위한 정부 전수조사에 세종지역 공무원과 공공기관들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마침 세종경찰이 세종에 들어설 국가산업단지 관련 자료를 세종시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경찰은 아직 내사단계도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올해 신설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LH 의혹 수사로 사실상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는 점에서 자료 검토와 내사를 거쳐 공식 수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LH 의혹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움츠려 있던 세종시는 자체 조사 방침을 굳힌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4일 세종경찰청은 세종시 측에 세종 스마트국가산업단지와 관련해 2018년 3-9월 건축허가 및 소유권 관계 자료를 요청했다.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이 제기된 후 불과 이틀 만에 세종경찰이 세종 국가산단을 첫 타깃으로 정조준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세종시 측에 스마트산단 건축허가 자료를 요청했다"며 "LH 투기 의혹과 관련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아직 세종시로부터 관련 자료가 넘어오지는 않았고 내사 착수 단계도 아니다"고 부연했다.

비등하는 전수조사 확대 여론과 달리 자체조사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하던 세종시는 태세를 바꿨다. 세종시는 9일 공직자 투기 행위에 대한 자체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류임철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전담팀은 국가 시범단지사업인 세종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단 일원(330만㎡)을 1차 조사 대상으로 선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업은 연서면 일원 부지에 2027년까지 1조 5000억 원을 들여 국가산단을 조성하는 대규모 토목 프로젝트다. 2018년 8월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된 데 이어 그 다음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구역 지정 발표 수개월 전부터 가건물이 들어서고 묘목이 조직적으로 식재되는 등 투기를 의심할 만한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LH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연서면 묘목, 조립식 주택 등 의혹은 사실 조사가 선행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지역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은 진보·보수 정당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등 지역사회 전체로 확산하고 있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세종시에도 LH 직원 땅투기 정부조사단 파견해 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광명·시흥 신도시지역에서 LH 직원들이 벌인 기가 막힌 행태들을 보면서 국민의 한사람으로 화가 난다. 그런데 제가 살고 있는 세종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LH가 돈을 벌기 위해 땅 장사를 해서 세종시에 이렇게 많은 상가건물을 공급해 텅 빈 상가와 고통에 빠진 세종시민들을 만든 것인지 정부조사단이 의혹을 해소해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정의당 세종시당은 지난 4일 논평을 통해 "지난해 세종시 일부 시의원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공분을 샀다. 정부가 3기 신도시뿐 아니라 세종시도 조사 범위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세종시당과 세종발전시민회의 등 시민단체는 8일 일부 시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 청구 대상은 2020년도 세종시 도로포장 예산 편성과 관련된 세종시와 시의회 사무처다. 예산 편성 당시 세종시는 도로포장 예산을 `0원`으로 제출했지만 시의회는 항목을 신설, 9개 도로 개설 예산 32억 5000만 원을 편성했다. 이들 도로 중 한 곳이 이태환 세종시의회 의장 어머니와 김원식 시의원 부인이 각각 매입한 토지를 지나간다는 점을 시당은 지적하고 있다. 문승현·박영문·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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