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충청남도건축사회장

김양희 충청남도건축사회장은 건축은 `우리의 삶을 연결하는 공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진=박계교 기자
김양희 충청남도건축사회장은 건축은 `우리의 삶을 연결하는 공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진=박계교 기자
누군가는 `건축`을 낭만적으로 봤다. 낯익은 배경음악에 겹쳐지는 장면이 애잔하다. 10여 년 전 영화 `건축학개론`이 풍기는 이미지는 제목의 거창함처럼 `건축`보다는 `첫 사랑`의 달달함에 더 가깝다. 왜 `건축학개론`일까 하는 의문이 아직도 가시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건축=남성이라는 고착화된 편견은 여전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성 건축사가 전국에 10% 정도라고 하니 아직까지도 건축은 남성의 전유물 같은 느낌이다.

`건축`과 `첫 사랑`의 조합이 잘 안 되는 것처럼 `건축`과 `여성`의 조합도 불균형 그 자체다.

3년 전 일이다. 금남의 벽 같은 충청남도건축사회에 첫 여성 회장의 타이틀이 붙었다. 그것도 추대가 아닌 경선을 통해 당당히 회장의 직책을 맡았다. 김양희 충청남도건축사회장이다.

`건축`을 정의해 달라는 질문에 그는 "우리의 삶을 연결하는 공간"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게 건축이란다. 그 만큼 건축사들의 사회적 책임이 막중하다고 주장하는 그다.

김 회장은 "많은 분들이 건축사를 설계로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성에만 국한해 생각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는 중요한 일을 하는 직업군"이라며 "따라서 건축사들의 사명감도 중요하고, 국민들도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다시 3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김 회장은 자신이 건축사로 활동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것을 충청남도건축사회장이 되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지역 건축사들이 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건축일을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관심이 쓰였다. 대형 건축사에 밀려서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고, 1인 건축사가 많은 지역의 특성, 건축물이 공모전으로 돌아가는 변혁기에 함께 살기 위한 대안 마련이 절실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만든 게 건축사협동조합이다.

쉽게 말하면 충청남도건축사는 비영리단체지만 건축사협동조합은 영리단체다. 건축사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기를 바라면서 뭉친 게 건축사협동조합이다.

그는 "기존 1인 건축사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는 과정과 건축계가 공모전 등 다변화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응을 하려면 어떠한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건축사협동조합을 만들게 됐다"며 "건축계는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고,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그 변화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건축사들이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조직이 필요했다"고 강조한다.

또, 각 시군 건축사들의 소통 창구로 만든 게 소식지다. 각 지역에서 건축사들이 활동하는 모습부터 지역 건축사 작품 공유, 건축사들과 직접 연관 된 법규 등을 담아 분기별로 1번씩 소식지를 내보내고 있다. 아마도 지난해 코로나만 없었다면 충청남도건축사회원 500명이 모이는 대규모 소통 워크숍도 열 계획이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건축사들이 좋아하는 낚시, 당구 등 소규모 그룹별로 소통의 시간은 가진 건 그나마 다행이다. 언론매체를 통한 충남도건축사회 홍보나 지역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장학금 전달 등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도 정부 정책에 따라 양산 되다시피 하는 건축사들은 고민거리다. 1년에 300명을 뽑던 건축사를 이제 3000명씩 뽑고 있단다. 그렇다고 이렇게 뽑은 건축사들이 전부 현장에 능통하냐는 물음에는 갸우뚱이다. 그가 속을 끓이는 이유다.

정부가 진입 장벽을 낮추는 규제 완화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그렇게 될 일이 아니라고 김 회장은 목소리를 높인다. 설계를 한 번 도 해보지 않고 건축사 시험만을 통해 건축사가 되는 등 현장 경험이 많지 않은 건축사들이 쏟아지다 보니 결국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 걱정이 크다. 앞서 말했듯 국민의 안전, 재산과 직결되는 문제라 심각성은 크다. 그래서 지난해 충남도청 앞에서 1인 시위도 여러 날 했다. 정부에 쓴 소리도 많이 했지만 공허한 메아리다.

가장 아쉬운 점은 잘못된 제도 개선이다. 규제를 할 것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말아야 하는데, 현장과 다른 정부 생각에 부딪치는 부분이 많다.

그는 "충남건축사회는 15개 시군에 있는 건축사들에게 먹거리를 만들어주고,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역할"이라며 "법안 바뀔 때마다 정부와 협의를 하고 바뀌지 않으면 항의도 했지만 메이저 시행사 위주로 법이 바뀌다 보니 우리 같은 대부분의 중소 건축사들은 어려움이 많은 데 모두가 힘을 모아 앞으로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충청남도건축사회에 지역사회와 지역민들의 관심을 거듭 바라고 있다.

김 회장은 "많은 분들이 건축의 조형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 뿐만 아니라 건축이 사회에서 어떠한 역할로 있어야 하는지 아셨으면 한다"며 "도시의 경관도 건축물로 이뤄지고 있고, 일반적인 삶도 건축물과 떼어놓을 수 없는 만큼 좋은 건축물은 좋은 도시와 좋은 삶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건축사들의 역할에 관심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건축의 바른 생각은 삶과 도시를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게 마지막으로 전한 김 회장의 말이다. 박계교 기자

김양희 회장은

1989년 충남대 건축공학과와 2005년 충남대학교 산업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 건축기사 1급, 1995년 건축사 자격을 취득했다. 1996년부터 현재까지 청양군에서 `김양희건축사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다. 충청남도, 논산시, 공주시, 청양군 등 관련분야에서 활동했다. 수상경력도 많다. 대전충남지방중소기업정창 표창장, 국민안전처장관 표창장, 2020 국유재산건축상, 가족센터SOC 우수사례 공모전 최우수상 등을 받았다. 청양소방서 신축공사, 한국국토정보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 사옥 신축공사, 충남도립대학교 기숙사 증축공사, 합덕교육문화스포츠센터 건립사업, 충남대학교 약학관 리모델링공사, 충남대학교 제1후생관 리모델링공사, 계룡시 감성체험관 및 공립어린이집 신축공사, 어은동 도시재생 뉴딜사업 설계용역, 아산시 음봉공공도서관 건립공사, 보령시 가족센터 건립공사, 서산의료원 간호기숙사 신축공사 등 다수가 그의 작품이다. 박계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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