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최한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비온 후 계룡산 자락에 위치한 수통골에 오르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맑은 시냇물이 골짜기 사이사이로 흐르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수룡폭포부터 수통골 저수지 사이를 흐르는 얕고 맑은 하천수는 등산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잠시 쉬어가라고 소곤거리는 것 같다. 자연의 선물인 하천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줄어들다 마지막에는 황량한 돌밭만 드러내며 마른다. 갑천과 유성천은 항상 그 자리에서 계속 흐르고 있는데, 수통골 소하천은 무슨 이유로 며칠 만에 사라지는 것일까? 그 비밀은 지하수면의 위치에 있다.

하천 바닥이 지하수위보다 높은 경우, 물이 하천 바닥으로 빠져 나가는 손실하천(losing stream)이 된다. 손실하천은 상류에서 지표를 따라 흘러들어오거나 토양으로 들어온 빗물이 수평으로 흘러 경사를 따라 하천으로 합류하는 과정에 의해 일시적으로 형성된다. 결국, 하류로 갈수록 하천수는 다시 지하로 빠져나가 점차 그 수량은 감소한다.

손실하천에 비해 갑천, 유성천과 같은 이득하천(gaining stream)은 하류로 갈수록 하천수량이 증가한다. 그 이유는 빗물이 가장 낮은 구역으로 모이는 집수구역의 지하수가 하천바닥으로 흘러나오는 기저유출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비가 자주 내리지 않는 겨울과 봄 사이의 하천수는 대수층에서 흘러나오는 기저유출에만 의존하고 있기에 수온, 수질, 영양염류 등 주변 지하수의 수리화학적 평균값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지하수가 계속 하천수로 흘러나가기에 갈수기를 지나며 하천수위와 지하수위 모두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비가 오면 이득하천의 수위가 일시적으로 크게 상승하며, 지하수면보다 하천수면이 높아진다. 이 때 물은 하천에서 지하수 방향으로 빠져나간다. 즉, 지하수와 지표수는 밀접하게 이어져 있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지표수와 지하수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하수의 기저유출 지점과 하천이 맞닿은 지점에서는 혼합대(hyporheic zone)로 불리는 독특한 수역식생 및 미생물 군집이 형성된다. 혼합대의 지표수-지하수 상호작용은 물리적, 생물학적 측면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오염물질의 저감과 하천관리를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집중적으로 조사 및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수계 순환의 관점에서는 여러 종류의 보존성 자연 추적자를 활용해 강수, 지표수, 지하수의 상호 연계를 통한 기여도를 정량화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지하수와 지표수의 상호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자연추적자 및 미생물을 활용한 수계순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 규모의 유성구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전역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에 따른 수자원 변동 가능성에 대한 모델링을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를 통해 국내 지하수 자원의 효율적 활용 및 보존이 더욱 체계적으로 이루어 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하수는 개발 및 활용에 드는 비용이 지표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으며 대부분의 경우 생활용수로 활용 가능한 수질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지하수의 자연적인 함양과 정화, 이동과 배출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하천수와 지하수는 자연이 준 선물이자 미래세대에게 중요한 자원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꾸준한 연구와 정책을 통해 보존해야 나가야 한다. 최한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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