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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과학이야기] 백두산 과학기지를 희망하며

2021-03-08 기사
편집 2021-03-08 07: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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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상철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
2010년 4월 중순 독일 뮌헨 근처 가힝에서 개최된 천문학 학술대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평일 한 주 동안의 학회를 마치면 토요일에 귀국하는 일정이었는데, 4월 14일 수요일에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 기사가 나왔다. 그런 뉴스가 있나보다 하고 지나쳤는데 하루 뒤부터 유럽의 공항들이 폐쇄되기 시작했다. 화산에서 분출한 화산재가 10㎞ 높이의 성층권까지 치솟아 유럽 상공에 뿌려졌기에 화산재가 비행기 엔진에 들어가면 엔진이 정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모든 여행자의 발목이 묶이며 호텔은 만원이고 물가는 치솟았고, 갑자기 미아가 된 우리 일행은 언제 집에 갈 수 있을지 기약 없이 뉴스만 쳐다보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화산의 재분화 가능성 기사도 있었지만 다행히 다음 주에 공항이 열리기 시작해 무사히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 화산이 분출한 화산재의 총량은 0.1㎦, 즉 가로, 세로, 높이가 각 500m인 상자 분량이다. '백두산 대폭발의 비밀'이라는 책에 따르면, 동해물이 마르고 백두산이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고 부르는 애국가에 담긴 백두산은 946년쯤 대분화했을 때 약 100㎦의 화산재를 쏟아냈을 것으로 추정한다. 대략 가로, 세로가 각 5㎞인 공간에 5㎞ 높이까지 화산재를 쌓은 정도에 해당한다. 가히 천년의 사건이라고 불릴 만한 규모였다. 그 뒤 다시 천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백두산 아래 마그마 방에 또 다시 에너지가 축적된 것으로 보인다. 여름에 적도지방에 쌓인 에너지를 급격히 푸는 작용이 태풍인 것처럼, 땅속에 누적된 에너지도 언젠가는 반드시 풀기 마련이다. 인간은 자세히 살피고 조사해서 그 규모와 방향과 시기를 조심스레 가늠해볼 뿐이다.

백두산은 민족의 영산이며 화산으로서도 연구 가치가 크지만 우주를 연구하는 천문학자에게도 귀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2019년에 거대 블랙홀 영상을 얻은 사건지평선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처럼 우리나라도 전파망원경을 서울, 제주, 울산에 설치하여 한 천체를 동시에 관측하는 간섭계 방법을 사용하는데, 백두산에 또 하나 설치할 수 있다면 기선, 즉 바닥 길이가 길어져서 큰 이득이 있다.

천문학자들이 연구하는 대상 중에는 구상성단이나 안드로메다은하처럼 백억 년 이상 큰 변화가 없어 보이는 천체도 있지만 신성이나 초신성처럼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는 천체도 있는데 이런 급격한 변화는 우주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 밝기가 밝아지면 관측에도 유리한데 때로는 별 하나가 폭발해서 은하만큼 밝아지는 경우도 있다. 별을 밤새도록 관측하다가 곧 폭발할 것 같은데 해가 뜨면 관측을 종료할 수밖에 없다. 지구가 24시간에 자전하니 지구상 최소 세 곳에 균등하게 망원경을 설치하고 날만 맑다면 어느 한 곳에 해가 떠도 다른 지역은 밤일 테니 폭발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그래서 미주 대륙과 유럽 지역 외에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 지역의 천문대는 필수적이다. 남한의 천문대보다 고도가 훨씬 높은 백두산에 천문대를 건설한다면 훨씬 좋은 관측환경과 동아시아 경도의 이점을 확보할 수 있다.

우주의 연구는 상대적으로 정치의 영향을 덜 받는다. 관측기기에 첨단 기술이 사용되지만 순수학문 영역이라 교류가 쉬운 편이다. 우리 조상들은 뛰어난 천문관측자였고 훌륭한 관측도구와 관측기록을 유산으로 남겨주셨다. 21세기의 우리도 남북협력을 통해 백두산의 화산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활용하는 천문연구를 할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 김상철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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