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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무지의 장막

2021-02-24 기사
편집 2021-02-24 07:40:48
 차진영 기자
 naepo4118@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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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격언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자주 통용되는 말이다. 그렇지만 실제 법 앞에 평등한가라는 물음에는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갖는다. 평등 앞에서 이해관계, 사회적 지위, 종교, 인종 등 많은 걸림돌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과 강도,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을 언급하며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교통사고로 처벌받는 경우 면허가 취소되는 것은 과잉입법이고, 법에 따른 처벌을 받은 뒤에도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가중처벌이라고 맞서고 있다. 다만 변호사, 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종에는 이미 이런 규제가 적용돼 왔다.

정부여당은 정부여당대로 의협은 의협대로 강수로 맞서고 있어 혼란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갈등은 이번 의사면허 개정안 외에도 무수히 많다. 국회에서 입법되는 법률안에 대해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100% 동의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존 롤스는 그의 저서 정의론에서 무지의 장막에 대해 서술했다.

우리가 원초적으로 평등한 상황에서 어떤 원칙에 동의할 것인지를 묻는 방법으로 정의를 생각해 보고 집단생활을 지배할 원칙을 정하기 위해 현재의 모습대로 한자리에 모였다고 가정하면 저마다 각자의 이해관계, 도덕적 종교적 신념, 사회적 지위에 유리한 서로 다른 원칙을 선호할 것으로 그런 식으로 합의된 사회계약은 정당하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렇지만 내가 어떤 계층, 성별, 인종, 민종, 정치적 견해, 종교적 신념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는 '무지의 장막' 뒤에선 원칙을 정하려고 모인 사람들이 각자 자기가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잠시 잊게 된다는 상상해 보다. '무지의 장막' 뒤에선 원초적으로 평등한 위치에서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합의한 원칙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존 롤스의 무지의 장막에 대해 여러 반대 주장이 있다는 걸 차치하고 의사면허 개정안이 무지의 장막 뒤에서 논의된다면 어떠한 결론이 나올지는 분명하다. 차진영 지방부 당진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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