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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광장] 임상시험의 지난(至難)한 과정

2021-02-23 기사
편집 2021-02-23 07: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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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나용길 세종충남대병원장
최근 흔히 접하는 뉴스 중 하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에 대한 것이다. 보도되는 '임상 1상', '임상 3상' 등은 과연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선 임상시험(Clinical trial/study)이란 의약품의 개발, 시판에 앞서 그 물질의 안전성과 치료 효용성을 증명할 목적으로 해당 약물의 체내 분포, 대사·배설, 약리 효과와 임상적 효과를 확인하고 부작용 등을 알아보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험 또는 연구를 말한다. 그 의의는 임상시험을 거쳐 약물이 시판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암과 같은 난치병 환자에게 좀 더 빠른 치료의 기회를 제공하고 미래 환자들도 잠재적 유익을 받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신약개발 과정은 매우 험난하고 긴데, 후보물질을 찾아내거나 합성하는 기초·탐색 연구(Discovery)의 기간만 5년 정도 소요된다. 1만 개의 후보물질이 있다면 기초·탐색 연구 과정을 거쳐 다음 단계인 전임상시험(Pre-clinical trial)으로 넘어가는 후보물질은 약 250여 개에 불과하다. 전임상시험은 후보물질의 효과 검증과 함께 사람에게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으로 약 1.5년 정도가 소요된다. 이 과정을 통과한 약 5개 정도의 물질만이 식품의약품안전처(미국은 FDA) 허가를 거쳐서 사람에게 투여하는 단계인 임상시험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임상시험은 4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1상(Phase 1)은 의약품 후보물질의 전임상 동물실험에 의해 얻은 자료를 토대로 건강한 사람 20-80명에게 신약을 투여해 부작용 여부를 살피고 투여량(내약량)을 결정하는 단계이다. 2상(Phase 2)부터는 실제 환자(100-200명)를 대상으로 신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단계로, 적정 용량 또는 용법을 결정하게 된다. 3상(Phase 3)은 시판허가를 얻기 위한 마지막 단계로 1000-5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대조군과 처치군을 설정해 용량·효과·효능과 안전성을 비교 평가하게 된다. 1-3상 통과까지는 평균 6.5년이 소요되며 3상까지 진행되지 못하고 임상시험이 중단되는 경우도 많다. 1만 개의 후보물질 중 1개 정도만 3상까지 통과해 식약처의 판매허가를 받는다. 마지막 4상(Phase 4)은 신약 허가 후 사용하면서 장기간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단계다. 약의 부작용 빈도에 대해 추가 정보를 얻기 위한 시판 후 조사(post-marketing surveillance), 특수 약리작용 검색연구, 약물이 이환율 또는 사망률 등에 미치는 효과 검토를 위한 대규모 추적연구, 시판 전 임상시험에서 검토되지 못한 특수 환자군에 대한 임상시험, 새로운 적응증 탐색을 위한 시판 후 임상연구 등이 포함된다. 3상을 통과해 시판돼도 4상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 허가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2006-2015년 진행된 임상시험 중 1상에서 시작해 미국 FDA 승인을 받은 것은 9.6%에 불과했고 임상시험에 드는 비용도 1-3상만 1300억 원 정도로, 신약개발 전 과정에 약 1조 원의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하지만 임상시험이 지속되는 이유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이다. 실제 2018-2019년 글로벌 매출 1위인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Humira®)의 매출액은 1년에 약 24조 원(200억 달러)으로 우리나라 대기업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금액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신약은 현재까지 30여 개에 불과하다. 글로벌 제약회사도 감당하기 힘든 천문학적 비용과 긴 개발 기간, 임상시험에 대한 낮은 인지도 등이 큰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는 10여 년의 개발 기간을 1년으로 단축시킨 코로나19 백신 개발 사례를 통해 신약 개발에 대한 지속적 투자와 국가적 지원의 중요성을 배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코로나19 상황을 통해 우리 정부가 백신·신약 개발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는 것이다. 앞으로 임상시험 인프라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이뤄져 제2, 제3의 전염병 팬데믹 상황에서는 국산 치료제와 백신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길 기대해본다. 나용길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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