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 상황서 추가 차출에 부담
"국민 건강 위해 감내해야" 목소리도

코로나19 백신 생산·운송 [그래픽=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생산·운송 [그래픽=연합뉴스]
코로나19 예방접종 추진을 앞두고 지역 의료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과도한 업무와 인력 부족에 병원 운영 등 과부하가 걸린 상태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19 백신 예방접종을 위한 의료인 파견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의료계는 자칫 의료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7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충청권 4개 지자체가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위해 지역 병원을 대상으로 의료인 인력 지원을 요청한 상황이지만, 의료계에선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력 파견에 따른 병원 운영에 큰 차질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내달 유성구를 시작으로 지역 내 5개 자치구별로 예방접종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센터별 의사 4-8명·간호사 8-16명·행정요원 10-20명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수급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력 지원을 담당할 의료계 일각에서는 난감한 입장 속에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자체의 인력 요청에 강제성은 없지만, 현 비상시국에서 거절할 명분 또한 약하기 때문이다.

대전 지역 A종합병원 관계자는 "현재도 의료인 등 인력이 빠듯한 상황인데, 백신 접종을 위한 의료인 인력 차출까지 해야 한다면 정상적인 병원 운영이 어렵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며 "누군가가 빠진 자리를 채워줘야 하는데, 의사와 간호사를 다시 채용하는 과정이 절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걱정을 토로했다.

이런 지역 의료계 상황은 지난 16일 허태정 대전시장이 대전시청에서 개최한 지역 병원장들과의 예방접종센터 인력 수급 협조 관련 간담회에서 제기됐다는 후문이다. 대전시 한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긍정적인 대화가 오고 가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무래도 의료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고 병원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지역 내 B종합병원 관계자는 "응급·감염·호흡계통 의료진들의 경우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접종 업무까지 감당하게 된다면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병원 출입구에서 열 체크를 하는 인력도 부족해 행정직까지 나서 당직을 서고 있는 실정에서 백신 접종까지 지원해야 한다면 정말 큰일"이라며 깊은 한숨과 함께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진료 과목별로 담당 의사가 1-2명 있는 병원에서는 특히 더 힘들고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지역 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백신 예방접종 계획이 계속 바뀌고 있어서 정확한 인력 지원 규모나 방식 등도 확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병원 측 의료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수익 보전 등 여러 방안을 지자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국민 안전 확보 등을 위해서는 의료계가 감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지역 의료계 한 인사는 "의료계 인력 부족 사태에서 인력이 추가로 빠져나갈 것이 예상되지만, 히포크라테스선서에서 처럼 국민들의 안전 확보라는 대명제를 위해서는 의료인들이 떠안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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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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