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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케이팝, 더는 나치 논란에 휘말리지 말아야

2021-02-15 기사
편집 2021-02-15 07: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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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이혜진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 교수
최근 한 걸그룹 멤버가 SNS에 사진을 여럿 올렸다가 해외 팬들의 항의를 받고 황급히 삭제한 사건이 있었다. 그녀가 포옹하고 찍은 사진 속 마네킹이 독일 나치 군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소속사와 아티스트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사과 성명서에 따르면 그 사진들은 컴백쇼 비하인드 영상 촬영장에서 찍은 것으로 촬영 당일 현장 체크를 하는 소속사 담당자와 아티스트 모두 마네킹 복장의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스캔들에 민감하고 모든 면에서 완벽성을 추구하는 아이돌 음악계에서 아무도 나치 문양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지만 애초에 나치 군복을 입은 마네킹이 촬영 현장에 있었다는 게 의아할 따름이다.

케이팝에서 나치 관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계 최고 보이그룹도 과거에 나치 문양이 들어간 모자를 쓴 사진이 잡지 화보에 실린 것이 문제가 돼 소속사가 미국 유대인 인권단체에 사과 성명을 발표한 적이 있다. 다른 보이그룹은 멤버 하나가 나치 군복을 연상시키는 유니폼을 입고 무대에서 공연해 해외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었고 한 걸그룹은 나치 문양을 연상시키는 붉은 완장을 차고 무대에 올라 '나치 컨셉트' 아이돌 그룹이냐는 비난을 샀다.

케이팝에서 나치 관련 논란이 종종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2차 세계 대전에 대한 역사 교육이 일본의 제국주의가 동아시아 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해 나가면서 한국에 저지른 만행들에 집중되다 보니 나치 독일이 유럽에 자행한 일들에 상대적으로 무지해서 벌어졌을 수도 있다. 또, 독일 나치의 만행이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은 이유로 한국에서 나치 문양의 정치적 의미가 크지 않았던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00년에 발행된 미국 타임지의 한 기사는 한국인들이 일본에 분노와 적대심을 가지는 것과 달리 홀로코스트의 상업화나 의미 축소화에는 별 큰 반응이 없다고 보도했다. 나치 테마 술집이나 '히틀러'와 '게슈타포'를 상호로 하는 업소들이 운영되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 나치 문양은 금기의 대상이 아닌 듯 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케이팝의 인기가 커지면서 나치 문양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더는 "몰랐다"라는 변명으로 덮을 수는 없다. 많은 해외 케이팝 팬들에게 나치 문양인 '하켄크로이츠'는 공포와 증오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해외 팬들에게 '욱일기'가 전범의 상징이라는 계속해서 상기시키고 설득하려면 우리도 하켄크로이츠가 수많은 사람을 학살한 나치 독일의 전범의 상징임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2차 세계 대전 때 일본의 군국주의와 나치 독일은 동맹을 맺었던 관계가 아닌가? 욱일기와 하켄크로이츠는 침략과 약탈 그리고 특정 인종의 사람들을 대량 학살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유럽과 북미, 그리고 남미에서 반이민, 반인종 정책을 내세운 극우파들의 정치적 입지가 커지면서 나치 문양은 이제 반유대주의를 넘어 백인우월주의와 인종차별주의를 표현하는 혐오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종과 국경을 넘어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케이팝이 더 이상 혐오의 상징인 나치 문양의 문제로 논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아직도 일제 강점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간직한 나라에서 나치 문양을 인지하지 못해 처참하게 학살된 다른 인종의 아픔과 고통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다시는 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이혜진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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