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소추안 표결이 4일 예정된 가운데 민주당 당원 게시판 등엔 탄핵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들에 대한 비난과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이런 상황은 지난 1일 탄핵안이 발의된 이후 서명을 하지 않은 의원들에 대한 비난을 넘어 표결을 앞두고 점차 노골화되면서 입장 표명까지 강요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탄핵안에 대한 표결이 무기명인 이유는 의원들의 익명의 그늘에 숨으라는 뜻은 아니라 자율의지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 본다면 이런 극성은 곤란하다. 아니 국회의 권한과 책무에 대한 도전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숙고가 있었으면 한다.

지난 1일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대표 발의하는데 참여한 의원은 161명으로, 이 가운데 민주당 의원은 150명에 이른다. 현재 민주당 소속 의원이 174명인 점을 감안하면 24명이 탄핵안 서명에서 발을 뺀 것이다. 이 중 충청권에서는 대전 유성갑의 조승래 의원과 유성을의 이상민 의원도 포함되어 있다. 법률가이기도 한 이 의원은 탄핵 사유가 될 만한 법률 위반이 있는지 확실치 않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친문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당원들의 비난과 압력도 이들 의원들에게 집중되는 양상이다. 이런 성화가 이어지자 해당 의원들의 반응도 가지각색이다. 일부 의원들은 소신을 앞세워 발의 불참 사유와 반대 입장을 당당하게 밝히는 반면 일부는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지겠다며 공세를 피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들에게 찍혀서 좋을 게 없다는 계산으로 읽히는데 이를 정치의 속성으로만 치부하기엔 낯이 뜨겁다는 생각이 든다.

사상 첫 법관 탄핵안은 발의부터 의결 정족수를 넘겼기에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탄핵 사유가 정당한지, 법관을 길들이려는 불순한 의도인지는 최종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통해 판가름 나게 되어 있다. 정치적 논란과 관계없이 헌재가 최후의 보루가 된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탄핵의 옳고 그름을 법과 절차에 맡기면 되는 일이다. 탄핵이란 중차대한 문제를 앞두고 민주당 당원들이 직접 의원들을 겁박하는 행태는 후유증도 적지 않을뿐더러 민주주의 발전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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