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다시 개헌을 화두로 제시했다. 그는 1일 열린 2월 임시국회 개회식에서 올해 시대과제로 국민 통합과 격차 해소를 꼽은 뒤 국민 통합을 제도적으로 완성할 개헌 논의를 본격화해 달라고 여야에 주문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국가의 존재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시대정신을 담아낼 새로운 그릇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의 개헌 주문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지난해 제72주년 제헌절 기념식 경축사를 통해 그가 공식 제안했던 개헌론이 정치권의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논의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 후보들이 앞다퉈 개헌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끝내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여야가 이해득실을 따지는데 몰두하다 보니 동력을 상실한 것이다. 그동안 개헌론이 수없이 제기됐지만 불발에 그친 것도 정권 교체에 따라 주도권이 바뀌는 등 상황 논리가 지배했기 때문이다. 수십년 동안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개헌 절차에 이르지 못한 까닭도 바로 이런 정치적 이해와 상황 논리에 따라 정당들이 입장을 바꾼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박 의장이 재차 개헌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그는 코로나 위기를 한고비 넘기고 4월 보궐선거가 끝나면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자고 구체적 일정도 제시했다. 이는 정당 간 개헌 논의를 활성화시켜 내년 3월 대선으로 이어지게 하자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그동안 국가의 대사인 개헌이 불발된 이유가 주도권을 상실한 측의 의도적인 회피에서 비롯된 것임을 감안하면 대선 공약화를 통해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여야가 동등한 입장에서 개헌안을 마련해 놓는다면 정권 교체 여부에 관계없이 주도권 논란의 소지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난 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역동적인 시대변화나 미래환경에 대처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꼽히는 권력의 집중에 따른 폐해나 경제·사회적 양극화 등도 헌법정신을 바탕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다. 여야는 국민의 삶과 유리된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박 의장이 제기한 개헌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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