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최한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전자 상거래의 확산과 1인 가구의 증가와 맞물려 일회용품 포장재의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비대면 소비가 활발해짐에 따라 플라스틱 제품의 소비가 지구촌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용의 간편함과 경제성으로 인해, 1년간 바다에 버려지는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는 총 800만t에 달한다. 이렇게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물리적인 마모와 분해과정을 거쳐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미세플라스틱의 정의는 아직 국제적으로 합의되지는 않았으나, 보편적으로 5㎜ 이하의 플라스틱을 의미한다. 발생 원인에 따라 5㎜ 이하로 작게 만들어진 치약, 세정제, 스크럽 등의 1차 플라스틱이 있다. 또한 큰 플라스틱이 자외선, 파도, 기타 물리적 마찰 등으로 마모돼 크기가 5㎜ 이하가 된 2차 플라스틱으로 나뉜다. 미세플라스틱을 구성하는 재질은 주로 치약, 포장지로 많이 사용하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에서 주로 관찰된다. 미세플라스틱은 천일염, 어패류와 조류의 내장에서도 쉽게 관찰되고 북극 해빙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생태계와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있다. 미세플라스틱은 물리적으로 작은 생물의 소화기관을 막거나, 점막을 자극할 수 있다. 또한 1마이크로 이하 크기의 초미세플라스틱이 형성되면 생체 내의 1차 조직장벽을 뚫고 모세혈관과 혈류를 통해 전신으로 분산될 수 있어 인체에 잠재적인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경각심만큼이나 연구 또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연구 주제 논문 중 대부분(약 90%)이 해양 및 지표수 환경을 다루고 있으나 지하수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연구는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배경에는 지하수가 땅속을 흐르며 거름 및 흡착 등의 자연정화 과정을 통해 상대적으로 오염이 덜할 것이라는 인식에 있다.

지하수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20년 2월 일리노이주립대 공동연구팀의 논문 발표였다. 연구팀은 카르스트 지역의 지하수를 조사한 결과, 마이크로파이버 형태의 미세플라스틱이 평균 6.4개/ℓ, 최대 15.2개/ℓ로 검출됐다고 보고했다. 지하수의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공식화한 최초의 연구사례로, 지하수도 이제는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줬다.

어떤 매질이 얼마만큼 이동했는지 등의 변수에 따라 지하수의 미세플라스틱 함량은 달라지기에, 전체 대수층을 대표하는 오염도를 제시하기에는 아직까지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지하수 흐름이 비교적 빠른 카르스트 대수층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미세플라스틱 입자들이 땅속을 흘러 어디로 이동하고 있을지 영향 반경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즉 이제 지하수도 미세플라스틱의 영향권에 놓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국내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연구소와 대학을 중심으로 분석법 표준화, 미세플라스틱의 수계분포 특성, 지표유입 및 해양투기 플라스틱의 시공간적 분포, 생태계에서의 분포 특성 등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올해부터 미세플라스틱 선별 기술의 개발을 위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또한 국내 학계에서도 지하수 중의 미세플라스틱 연구가 지속적으로 상정 및 논의되고 있다.

"플라스틱은 현대 생활의 뼈, 조직, 피부가 됐다"는 `플라스틱 사회`의 저자 수전 프라인켈의 말은 이제 미세플라스틱을 통해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마스크에도 미세플라스틱 섬유 조각이 떨어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미세플라스틱을 선별하고 처리할 수 있는 연구기술 개발을 위해 더욱 서둘러야 할 때이다. 최한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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