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입학 전부터 문제아 낙인찍나 당황"…학교 측 "학생 보호차원 추진"

[그래픽=대전일보DB·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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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모 고등학교의 신입생 대상 설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중학교 시절 문제를 일으키거나 같은 반이 되고 싶지 않은 특정 학생의 이름과 출신 학교 기재를 요구하면서다. 입학 전부터 특정 학생의 부정적 편견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대전시교육청과 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대전 유성구 A고등학교는 예비소집일인 지난 25일 신입생 대상 `학교생활을 위한 Wee클래스 설문`을 위한 설문지를 배부했다. Wee클래스는 학교 내 학생 심리 상담 기구로, 심리 진단을 위한 설문을 진행하기도 한다.

문제는 A고등학교에서 진행된 Wee클래스 설문 항목이 특정 학생의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 서다. 총 5개 문항 중, 두 개 항목은 중학교 때 관계가 힘들었거나 안 좋은 경험을 한 학생, 또 같은 반이 되고 싶지 않은 학생의 출신학교·이름을 정확히 기재하라는 내용이었다. 기재 내용은 반 편성 시 활용된다는 문구도 덧붙였다.

해당 학교의 한 학부모는 "자녀가 가지고 온 설문지 내용을 보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며 "친구들끼리 누구를 적었는지 이야기를 나눌텐데, 해당 학생은 입학 전부터 문제아라는 꼬리표를 지닌 채 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내용의 설문 조사가 무작위로 꾸려지는 학급 반 편성에 활용된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학교 측은 모든 신입생에게 의무적으로 진행하는 설문조사는 아니었고, 학교 폭력 예방과 학생 보호 목적으로 진행한 설문이라고 해명했다.

A고 관계자는 "예비소집일에 나눠준 학교 생활 안내 책자에 포함된 설문지었고 학교 폭력 예방과 피해 학생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한 설문"이라며 "설문지를 작성하고 제출한 학생은 실제로 얼마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A고등학교에서 과거 학교 폭력으로 인해 힘들어 하는 학생이 일부 발생해,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라며 "설문시 일부 특정 학생에 대한 낙인 효과를 거두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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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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