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용길 세종충남대병원장
나용길 세종충남대병원장
낙상(落傷)사고란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넘어져서 다치는 현상, 혹은 그로 인한 상처를 말한다. 떨어지는 추락사고도 물론 경계해야 하는 사고이지만 오늘은 겨울철에 잘 발생하는 낙상사고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1월이 다 지나가는 시점에서 겨울철 낙상사고가 웬말이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하는 법이고 아직 겨울은 몇 번이나 넘어져도 충분할 만큼 남아있다. 치명적인 사망률과 연관된 엉덩방아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인재(人災)이니까.

낙상사고는 사계절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지만 유독 겨울철에 많이 발생한다. 눈이나 얼음으로 인해 미끄러지면서 넘어지는 사고가 빈번하고 겹겹이 껴입은 옷과 추운 날씨에 한껏 움츠러든 몸이 사고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또한 추운 날씨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보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낙상사고 발생 원인 중 하나이다. 1년 전 겨울은 역대 가장 따뜻한 날씨를 기록하였고 이번 겨울도 애초에 따뜻한 겨울이 기대되었으나 예상을 깨고 35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가 닥쳤다. 눈도 많이 내렸다. 추운 겨울철의 낙상사고는 이제 인재에 설재(雪災)와 빙재(氷災)가 더해지는 양상이다.

낙상사고가 고령층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낙상 후 입원하는 비율이 65세 미만보다 65세 이상의 고령층에서 3.5배 높다는 통계가 있다. 그만큼 사고가 중증의 손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고령층에서 중증의 손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골다공증의 악화, 근육량의 감소, 척추 및 관절의 퇴행, 그리고 균형감각 저하와 같은 이유를 들 수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우리나라 인구의 15.7%로 추산되며 향후에도 계속 증가하여 2025년에는 20.3%에 이르러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젊은 연령층이라 할지라도 주변의 6명 중에 1명은 낙상사고의 고위험군이라는 이야기다.

고령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골다공증은 가벼운 낙상사고 후 골절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위험인자이다. 골다공증성 골절은 고관절 주위 골절, 척추압박골절, 그리고 손목 골절이 대표적이며 이 가운데 사망과 손상에 의한 의료비 지출 등 사회적 손실을 가장 많이 가져오는 것은 고관절 주위 골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골대사학회 공동연구에 따르면 골다공증으로 고관절 주위 골절이 발생하면 1년 내 사망률은 수술을 한 경우 14.7%, 수술을 하지 않는 경우는 25%로 나타났고 2년 내 사망률은 수술을 한 경우 24.3%, 수술을 하지 않는 경우는 70%에 달할 정도로 높다. 고관절 주위 골절을 치료 없이 내버려 두면 거동 불편 등에 의해 욕창, 폐렴, 심폐질환의 악화, 정맥혈전색전증 등의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은 추후의 손실을 예방하는 의미있는 행동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 잃어 버릴 소가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고관절은, 엉덩이는 골절을 경험하기에는 너무나도 소중한 부위이다. 골다공증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의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국내 골다공증 진료 인원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골다공증 환자 10명 중 4명은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한다고 한다. `나는 아니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이 문제일 수 있다. 겨울철 보행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눈이나 얼음은 없는지 잘 살피면서 걸어야 하고 손을 주머니에 넣지 않도록 장갑을 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다가 넘어지는 경우나 전동휠이나 전동킥보드 등을 타고가다가 넘어지는 낙상사고도 증가하고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겠다.

겨울철은 낙상사고가 잘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만연한 시기이다. 하지만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지금껏 넘겨온 수많은 겨울철에 그러했듯이 소중한 엉덩이를 지킬 수 있다. 눈과 얼음이 쌓인 곳을 주의해서 걷는다면 고관절 주위 골절을 치료하는 정형외과 의사를 만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의 안녕한 엉덩이를 기원한다. 나용길 세종충남대학교병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