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생활속 과학이야기] 묵은실잠자리 겨울나기

2021-01-25 기사
편집 2021-01-25 07:52:08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핀터레스트
  • 기사URL 복사

첨부사진1안승락 국립중앙과학관 곤충학 박사
새해를 맞이했지만 코로나19로 우리는 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몸과 마음이 꽁꽁 얼어붙은 혹한 속에서 작은 곤충들은 어떻게 겨울을 날까? 우리나라에서 대다수 곤충들은 알이나 애벌레, 번데기 상태로 겨울을 보내며 성충으로 월동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물속이 아니고 육상에서 성충으로 월동하는 곤충들은 무당벌레류, 잎벌레류, 노린재류, 풍뎅이류, 벌류 등 가운데 일부 종들이 있으며 땅속이나 낙엽 또는 나무속에서 겨울을 보낸다. 엄동설한에 완전히 노출된 곳에서 월동하는 대표적인 곤충으로 묵은실잠자리(Sympecma paedisca Brauer)가 있다.

일반적으로 잠자리는 날개가 크고 비행을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곤충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날며 순간적으로 상하, 좌우 등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꿔 날 수 있어 최근 버그로봇이나 초소형 드론 등 생체모방공학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잠자리는 딱정벌레나 나방처럼 날개를 접을 수 없어 원시곤충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구상에 3억 년 전(고생대 석탄기)에 출현한 잠자리들은 현생종과 구별해 원시잠자리목으로 분류한다. 지금은 멸종하여 화석으로 남아있는데 날개를 편 길이가 무려 70㎝나 되는 거대잠자리(Meganeura moryi)나 암컷의 날개폭이 19cm나 되는 종을 비롯해 대다수 대형종이다.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잠자리류는 앞날개는 뒷날개보다 좁고 길지만 뒷날개는 넓고 시맥도 서로 다르다. 휴식할 때 날개를 좌우 양쪽으로 펴고 앉는다. 몸은 퉁퉁하다. 한편 실잠자리류는 앞뒷날개의 크기와 날개맥이 같다. 그리고 날개를 서로 합쳐서 배 위쪽 수직으로 세워 휴식을 취한다. 몸은 가늘고 긴 실 모양이다. 세계서 가장 긴 실잠자리는 중남미에 서식하는데 약 16㎝이다. 전 세계적으로 5574종, 우리나라는 125종의 잠자리가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모든 잠자리 가운데 성충으로 월동하는 종은 묵은실잠자리, 가는실잠자리, 작은실잠자리 3종뿐이다.

묵은실잠자리는 이름처럼 성충으로 겨울을 나서 한해를 묵었다는 뜻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성충은 배 길이 27-31㎜ 뒷날개 길이 21-24㎜이고 암수 모두 몸이 담갈색이며 청동색 반문이 있다. 날개의 맥은 담갈색을 띠며 가두리 무늬는 갈색이다. 유충은 몸길이가 18㎜ 정도이고 몸에 흑갈색 무늬가 있다. 월동한 성충들은 청색의 혼인색으로 변하며 바로 짝짓기를 마친 후, 연못이나 습지의 수생식물 줄기에 산란관을 꽂아서 산란한다. 물풀 조직에 산란하는 것은 빠른 유속에 알이 떠내려가는 것을 막고, 동시에 천적으로부터 알을 보호해 번식률을 높이는 데 있다. 알에서 성충까지는 약 3개월이 소요된다. 7월 중순 이후 우화한 개체는 숲속의 작은 마른나무가지와 비슷한 보호색으로 은신을 하며 가을까지 활동을 한다. 겨울이 오면 주로 양지바른 곳의 마른 식물줄기 밑 부분에 붙어서 이른 봄까지 겨울잠을 잔다. 햇빛을 보다 많이 받기 위해 태양을 향해 몸을 조금 움직이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사방이 확 트인 영하의 한겨울 기온에서도 얼어 죽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비밀은 몸에 부동단백질(antifreeze protein)과 부동당류가 있어 안전하게 겨울을 지낼 수 있다.

곤충들은 변온동물로 햇빛을 받아 체온을 올리고 몸에 부동액 성분이 있어 실처럼 매우 가는 몸이 동상을 입지 않고 안전하게 월동하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안승락 국립중앙과학관 곤충학 박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