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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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3kg만 뺐으면 좋겠다. 간헐적 단식, 저탄고지 식단, 디톡스도 몇 번 시도해봤고 종종 홈트 영상을 검색해 따라 해보기도 한다. 단연 관심있는 대화 소재는 다이어트다. 사실 과체중도 아니고,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조금 더 날씬해지고 싶다. 나만의 미적기준에 부합하는 몸매를 갖고 싶다고나 할까. 이런 나에게 다이어트 동지도 있고, 적도 있다. 목표체중 도달을 위해 함께 식단관리나 정보공유를 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대체 살을 왜 빼려고 하냐며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하는 사람도 있다.

콜롬비아의 화가이자 조각가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Angulo)는 삼촌의 뜻에 따라 투우사 학교에 다녔으나 황소를 조련하는 것보다 그리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이후 인물을 풍성하고 푸근하게 그리는 시그니처 스타일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보테로는 뚱뚱한 사람들을 그린 것이 아니라 대상의 특징이나 색감, 질감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원하는 형태로 그렸다고 한다. 사실 그의 작품을 보면 사람들은 풍선처럼 가볍고 유쾌해 보인다. 그들의 모습이 이상하다기보다는 따뜻하고 흥겨운 노래가 들리거나 달콤한 향이 나는 것 같다. 후기에는 특유의 풍성한 붓질과 화풍으로 조국 콜롬비아와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했다. 보테로에게 예술은 삶을 투영하는 거울이자 사회적 메시지 전달의 매개로서 취하는 제스처였던 것이다.

반면 한국의 조각가 故구본주의 작업에는 마르고 긴 사람들이 등장한다. 리얼리즘 조각의 차세대 주자로 평가받았던 구본주는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사람의 신체를 위아래로 늘린 것처럼 길쭉하게 만들어 소시민의 고달픈 삶, 가장의 추락한 권위, 현대인의 비애를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구겨진 셔츠와 낡은 구두를 신고 앞으로 달려 나가려는 작품 속 그들은 우스꽝스럽고 기묘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절망 대신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대변한다.

우리는 종종 어떻게 보이느냐는 말을 자주하지만 그 말은 사실 좋아 보이느냐는 의미이다. 얼굴도 이름도 다른데 기준과 취향이 같을 수 있을까. 모두의 기대에 부합할 수 없다면 내 보기에 좋은 채로 살자. 그래서 딱 3kg만 뺐으면 좋겠다. 우리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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