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망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의 실효성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동학대 관련 업무가 공적영역의 경찰과 아동학대피해 전담공무원, 민간영역의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입양기관 등으로 나뉘어 있어 유기적인 협력체제나 전문성 미흡으로 인해 대응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관련법 발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모양인데 시류에 영합한 이름 올리기식 법안도 없지 않은 모양이다. 정치권은 마구잡이로 졸속 대책을 쏟아내기 보다는 아동과 현장 중심의 최적화된 대책을 마련하는데 주력했으면 한다.

아동학대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지난해 선보인 전담공무원제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아동복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 따라 도입된 이 제도는 지난해 10월부터 시군구 지자체별로, 인구 비례 등에 따라 전담공무원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은 아동학대 조사 및 피해아동 보호, 응급조치와 상담, 현장방문과 법적조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과중한 업무와 열악한 처우로 인해 지자체마다 전담공무원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고 한다. 대전만 하더라도 5개 자치구 가운데 전담공무원을 배치한 곳은 서구가 유일하다. 그것도 7명이 배치돼야 함에도 3명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4개 구는 전담공무원을 단 1명도 확보하지 못했다. 충남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15개 시군 가운데 4개 시군이 전담공무원을 1명도 확보하지 못했다. 그나마도 필요 인원을 채우지 못해 충남 11개 시군에 26명만 배치된 상황이다. 법적 토대는 마련돼 있지만 정부의 지원이나 지자체의 관심 미흡 등으로 전담공무원제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에선 고작 1주일 간의 온라인 교육을 통해 행정공무원을 투입하는 사례도 있다고 하니 그 실상을 알만 하겠다.

연간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3만여 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역할은 더욱 막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군구별 1~2명이, 그것도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로 현장에 투입되는 현실에서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와 정치권은 생색내기용 법안보다 전문인력 확충과 예산 지원으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제가 활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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