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설 명절을 앞두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명시된 농수산물과 가공품 선물 상한액을 한시적으로 현행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모양이다. 지난해 유례없는 긴 장마와 태풍,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수산업계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없지 않지만 시름에 빠진 농어민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주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지난해 추석 때 이미 시행해 본 경험도 있는 만큼 전향적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어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면담하고 김영란법 한시 완화를 공식 요청했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5일 농어민단체회장단 등과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경제위기를 거론하며 한시 완화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로 미뤄 정부 차원에서는 내부 합의가 이뤄진 듯하다. 문제는 국민의 동의 여부가 될 터인데 우리 농어민들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널리 알리고 고통을 함께 나누자는 것이라면 반대가 심하리라고 보이지 않는다.

이번 설 명절은 코로나로 인해 귀성이 여의치 않을 것이기에 선물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같은 값이면 우리 농수산물로 선물을 주고 받으면 소비도 진작되고 내수 활성화의 효과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추석 때 선물 상한가액을 20만원으로 올린 결과 농수산물 선물 매출이 전년 대비 7% 증가하고 10-20만 원대 선물이 10% 증가했다는 통계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럴 때 과일이나 한우, 굴비 등 명절 의존도가 큰 농수산물의 선물 상한액을 올리면 농어가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전제가 있다. 선물 상한가액을 올리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시행할 수 있도록 서두르란 얘기다. 업계에선 최소한 설 명절 한 달 전에는 결정돼야 물량 확보와 선물세트 구성, 배송 등 일련의 준비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해엔 추석을 20일 앞두고 결정하는 바람에 농어가는 물론 유통업계의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제 공은 김영란법의 선물 가액 범위 조정권을 가진 권익위에 넘어간 양상인데 이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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