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9개소 중 대덕지하보도(갤러리아 백화점 앞) 제외하고 시민 이용 적어
장애인 이동 편리 위해 폐쇄 후 횡단보도 개설 높이자는 의견 많아

30일 오전 대전 서구 탄방동에 위치한 보라매 지하보도 사이에 횡단보도가 설치돼있다. 두개의 보도는 문정로의 같은 구간을 연결한다. 사진=조은솔 수습기자
30일 오전 대전 서구 탄방동에 위치한 보라매 지하보도 사이에 횡단보도가 설치돼있다. 두개의 보도는 문정로의 같은 구간을 연결한다. 사진=조은솔 수습기자
"사용하지도 않는 지하보도를 폐쇄하고 차라리 근처에 횡단보도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31일 오전 11시 30분쯤 대전 서구 만년동 평송수련원 앞 평송지하보도. 이 곳은 길이 총 82m 지하보도로 정부대전청사와 샘머리1단지 아파트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지하보도가 만들어졌는지 28년이 넘어가면서 보도에 균열이 발생하고 전등에 불이 나간 모습도 적지 않았다.

지하보도는 1990년대 초반 차량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신호등을 대신하는 시설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교통약자를 위한 횡단보도 설치 등 교통여건이 변화해 지하보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크게 줄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특히 대전 기초지자체중 가장 많은 지하보도를 보유한 서구는 해당 시설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3일 서구에서 관리하는 지하보도는 총 9개소로 만년동과 둔산동, 갈마동, 정림동, 갈마동 등지에서 운영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서구가 지하보도에 있는 장애인휠체어리프트를 모두 철거하면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은 사용할 수 없는 반쪽짜리 시설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대전 서구 만년동 평송수련원 앞 평송지하보도를 방문한 결과, 휠체어 이용자 등 신체에 제약이 있는 사람들은 300m 가량 도보로 이동해야 대전시립미술관 앞에 있는 횡단보도를 통해 반대편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서구 인근에 다른 지하보도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월평동 한아름아파트 앞에 있는 만월지하보도(길이 111.5m)의 경우 반대편인 만년동으로 건너갈 수 있는 횡단보도가 설치되지 않아 비효율적이었다.

아울러, 서구 탄방동 홈플러스 부근에 있는 보라매 지하보도(길이 36m)의 경우 운영 필요성에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다. 해당 지하보도 출입구 바로 뒤에 횡단보도가 이미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하보도 출입구가 횡단보도로 바로 갈 수 있는 길을 막고 있어 돌아서 갈 정도였다.

이를 두고 지하보도 관리를 담당하는 자치구에서 지하보도 반경 50m 대상으로 신호등 설치에 힘쓰고 있지만, 경찰청에서 차량흐름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심의가 늦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구청 한 관계자는 "경찰청에 평송지하보도 부근 횡단보도 설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교통흐름에 영향을 끼쳐 설치가 쉽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그렇다면 지하보도를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보기도 했지만, 대부분 지하보도 길이가 약 20-30m에 불과해 사용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선용 서구의회 의장은 "차라리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대덕지하보도(갤러리아백화점 앞)를 제외한 나머지 지하보도는 폐쇄해 예산을 아껴 신호등 설치에 힘써야 한다"며 "아니면 자전거를 수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전에는 총 20곳이 지하보도가 있는 가운데, 이 중 5곳은 폐쇄됐으며 나머지 15곳(서구 9곳, 중구 4곳, 동구 2곳)이 운영 중이다.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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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만년동과 월평동 일대를 연결하는 만월 지하보도의 전등이 모두 켜져 있다. 사진=조은솔 수습기자
30일 오전 만년동과 월평동 일대를 연결하는 만월 지하보도의 전등이 모두 켜져 있다. 사진=조은솔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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