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마스쿠스 시대…혼술과 혼밥, 집에서 요리하기 등

지난 11월 13일 배재대학교 대운동에서 개최된 대전 서구 `드라이브 인 콘서트`. 사진=대전 서구 제공
지난 11월 13일 배재대학교 대운동에서 개최된 대전 서구 `드라이브 인 콘서트`. 사진=대전 서구 제공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삶을 급속히 변화시켰다. 적응할 수 없을 것 같던 신종 감염병은 어느덧 개개인 일상 속 한자리를 굳건히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는 우리들에게 극심한 공포감까지 심어줬고, 이 두려움은 평소 소중하게 느끼지 못했던 일상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켰다. 인류사적 측면에서 거대한 변화 중 하나는 `비대면` 문화다. 그동안 낯설게 느껴졌던 `비대면`이란 단어는 어느덧 일상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삼삼오오 모여야만 가능했던 회의와 교육, 공연 등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왔다. `혼자`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혼자 문화`까지 자리잡고 있다. 포털 검색창에 `코로나 혼`까지만 쳐도 `코로나 혼자 놀기`가 자동 완성될 정도로 혼자 할 수 있는 취미 생활들이 유행을 타고 있다. 코로나 블루 극복도 `혼자`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는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는 셈이다.

◇ 호모 마스쿠스 시대 도래=이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집 밖을 돌아다닐 수 있을까? KF94 등 마스크 종류가 이렇게 많았는지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며 알게 된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이렇듯 마스크는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 중 하나가 됐을 정도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올해를 `호모 마스쿠스(Homo maskus·마스크를 쓴 인간)의 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정부에서도 마스크는 `제2의 백신`이라고 강조하듯 코로나19 감염을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대전시도 지난 11월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에게 위반 횟수와 관계없이 10만 원 이하 과태료를, 관리·운영자에게는 1차 위반 시 150만 원, 2차 위반 시 300만 원 과태료를 부과해 마스크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로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 기준이 다른 것으로 나타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총 5단계로 나눠진 가운데, 1단계에서는 마스크를 의무 착용해야 하는 장소는 중점관리시설 9종에 해당하는 유흥시설 5종과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공연장, 방문판매, 식당·카페 등이다. 거리두기 단계가 1.5단계로 격상되면 1단계 장소 외에 실외 스포츠 경기장이 추가된다. 이어 현행 대전시가 유지중인 거리두기 2단계에서는 1단계와 1.5단계 장소를 포함한 실내 전체와 위험도 높은 실외활동 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다. 마지막으로 전국 유행단계인 2.5단계와 3단계가 되면 실내 전체는 물론 2m 이상 거리 유지가 되지 않은 실외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다.

현재 대전시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만약 수도권과 같이 2.5단계로 격상된다면 노래연습장과 실내 스탠딩 공연장, 헬스장도 영업이 금지되며 스포츠 경기는 무관중으로 진행해야 한다. 아울러 카페는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포장·배달만 가능하고, 음식점에서는 오후 9시 이후에는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만약 3단계로 격상되면 전국 약 209만 개 다중이용시설에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다. 특히 일반·휴게 음식점과 마트, 편의점, 병원, 약국 등 필수산업시설을 제외하고 문을 닫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일상이 돼 버린 비대면 회의와 재택근무=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하루 약 1000명씩 돌파하면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마지막 3단계 격상을 검토하면서 민간기업에 재택근무가 일반화되고 있다. 비대면 방식 회의도 행정기관, 공기업, 사기업 할 것 없이 이미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민간기업에서는 비대면 회의를 위한 플랫폼 줌(ZOOM)이 인기다. 줌은 코로나19 확산이 거세지면서 큰 수혜를 입게 된 플랫폼 중 하나인데, 줌의 가장 큰 장점은 회의를 원하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링크를 보내면 별도 가입절차 없이 바로 화상회의에 참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초·중·고에서도 온라인 강의가 늘어나면서 줌을 이용한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운영사인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신규 고객이 급증해 올 5-7월 약 8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약 400% 증가한 것이다.

이렇듯 줌을 통한 비대면 회의가 일상화되면서 종교, 문화 등 분야에서도 오프라인에서 하기 어려운 일들을 해내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집단감염 온상지로 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두려움을 안겨준 종교시설의 경우 비대면 예배가 이젠 일상이 됐다. 비대면 예배는 종교시설의 영상 송출 능력을 제외하면, 기존 소규모로 진행했던 예배가 참석자 제한이 사라지면서 시간과 공간의 구애 없이 누구나 쉽게 참여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비대면 방식의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달 대전 서구가 개최한 `드라이브인 콘서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공연은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는 동시에 자동차 안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 무대 앞에 있는 가수들의 노래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어 최근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 같은 방식의 콘서트 개최를 준비 중이다.

이렇듯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직접 대면 방식이 아니라 비대면 방식을 통한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혼밥·혼술족 유행=유난히 국내에서 유명한 배달문화는 코로나19란 특수한 상황에서 더욱 더 빛을 발휘했다.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어쩔수 없이 `집콕`이나 `방콕`을 당하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이제는 배달이나 포장을 하지 않았던 음식점이나 가게들도 포장이나 배달 등에 동참해 역시나 `배달의민족`임을 입증하는 시대가 됐다. 혼밥, 혼술문화가 급성장하면서 배달대행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최소 2인분 이상 주문이 가능했던 배달음식은 어느덧 옛말이 됐다. 요즘엔 심심치 않게 1인 전용 배달음식점도 눈에 띄고 있다. 코로나19가 혼밥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 블루가 일상화되면서 혼술도 일상화된 모습이다. 최근 식품의약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 15세 이상 국민 중 최근 6개월 이내 음주 경험이 있는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음주 상대에 변화가 있었다고 답한 사람 중 81.9%가 `혼자` 먹는다고 답했다. 좋아하는 안주에 좋아하는 술을 자신의 주량껏 여유를 가지며 코로나 시름을 달랠 수 있는 게 혼술의 가장 큰 매력이 된 것이다.

◇나 혼자 문화시대=`집콕`, `방콕` 생활이 늘면서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소소한 취미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인 캘리그라피부터 도안을 따라 긁어내면 색이 피어나는 스크래치 북, 나만의 명화를 만드는 피포페인팅, 나무를 조각해 간단한 장식품 등을 만드는 우드 카빙, 나만의 작은 세상 미니어처 만들기, 천연 디퓨저 만들기까지 각양각색의 취미가 각광을 받고 있다. 반려식물 키우기, 미니농장 가꾸기, 드라마 정주행 등을 위한 꿀팁도 SNS 등을 통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해외여행 급감…`차박` 등 국내여행 대세= 많은 사람들의 스트레스 탈출구 중 하나인 여행. 코로나19는 여행 트랜드도 일순간에 확 바꿔 놓았다. 수많은 국가가 국가 차원의 방역을 위해 국경을 폐쇄했고, 개개인도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해외여행을 기피하고 있다. 하나투어가 밝힌 올 3분기 내국인의 해외여행 송출객 수는 작년 동기 대비 99.9% 감소했다. 반면 국내 소도시 여행과 차박(자동차 캠핑) 문화는 급증하고 있다. 직장인 윤상민(39) 씨는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방안이 해외여행이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취미를 잃어버렸다. 상반기까지 참아오다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서 한적한 곳을 중심으로 차박 여행을 근근이 하고 있다. 국내도 코로나19 안전지대는 아니지만, 사람 없는 곳만 골라 최대한 안전히 여행하려 한다"고 밝혔다. 정민지·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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