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문화가산책] 음악과 종교3

2020-12-29 기사
편집 2020-12-29 07:05:31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핀터레스트
  • 기사URL 복사

첨부사진1황성곤 배재대 실용음악과 교수
지난 시간에는 뉴에이지 운동과 음악에 대해 간략히 살펴봤다. 20세기에 시작된 뉴에이지 운동은 헬레나 블라바츠키(Helena Petrovna Blavatsky 1831-1891)라는 한 신들린 여성으로부터 시작됐고 그것이 오늘날도 활동하고 있는 신지학(Theosophy)활동으로 연결됐다. 인간 스스로가 신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이종교에 영향을 받은 음악이 바로 뉴에이지 음악인데, 이 음악은 하나의 명상음악으로서 뉴에이지적 영성을 돕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일종의 무아지경에 이를 수 있도록 음악에 많은 반복을 사용하는데, 음악의 반복적인 패턴은 인간 감각의 역치를 상승시켜 일종의 환각상태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여러나라의 무속 음악을 들어보면 보통 극단적인 반복에 의존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굿' 음악도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한 환각상태에 들어간 사람에게는 여러가지 현상들이 나타날 수 있는데, 마치 최면에 걸린 것 같은 상태가 되거나 심하면 하나의 신들림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한 상태를 불교에서는 '법열' 이라고 부르는데 영어로는 Extasy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을 통해 이러한 Extasy를 추구한 작곡가는 러시아의 스크랴빈 (Alexander Scriabin 1872~1915)이 있다.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이 작곡가는 안톤 루빈스타인에게 피아노를 배운 피아니스트였으나, 1904년부터는 작곡에만 몰두하게 된다. 니체의 초인사상에 깊이 심취했던 그는 신비주의 철학자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1853~1900)를 거쳐 결국 앞서 언급했던 헬레나 블라바츠키의 신지학에 완전히 매료되게 된다. 그 이후 나타난 작품들은 신지학적 신비주의 색체를 농후하게 띠게 되는데, 대표적인 작품이 '법열의 시(The Poem of Extasy op.54)'이다. 단 하나의 악장으로 되어있는 이 작품은 그의 4번째 교향곡이다. 시종일관 신비적이고 몽환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이 관현악곡은 그의 기이한 행적 만큼이나 강렬한데, 스크랴빈은 실제 자신이 '신(God)'이라고 생각했으며 아내가 보는 앞에서 제네바 호수 위를 걸어가려다 익사할 뻔 하기도 하고, 그의 두번째 아내와 함께 하늘을 나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의 공연에 빛을 함께 사용하려고 하는 시도를 하였고 심지어 향기를 표현 수단으로 사용하려고 했다.

그의 대표적인 작곡기법은 소위 '신비화성(Mystic Chord)'라 불리는 것이다. 보통 화음은 무작위로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원리와 규칙을 따르게 되는데 일반적으로는 3도의 음정을 사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가장 일반적인 C Major chord를 보면 낮은 음에서부터 높은 음으로 '도', '미','솔' 이 그 구성음인 것을 알 수 있다. 이 구성음들을 잘 관찰해 보면 모두 상대적으로 3도의 음정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스크랴빈은 그러한 3도의 규칙을 과감히 깨뜨리고 4도 음정을 사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도-미-솔' 대신에 '도-파-시-미'와 같은 파격적 화음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이러한 4도의 음정을 사용하게 되면 신비스러운 느낌의 소리가 나게 되는데 이를 자신의 음악에 적극 활용해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신지학적 법열을 창조해 내려고 한 것이다. 황성곤 배재대 실용음악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