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통해 이러한 Extasy를 추구한 작곡가는 러시아의 스크랴빈 (Alexander Scriabin 1872~1915)이 있다.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이 작곡가는 안톤 루빈스타인에게 피아노를 배운 피아니스트였으나, 1904년부터는 작곡에만 몰두하게 된다. 니체의 초인사상에 깊이 심취했던 그는 신비주의 철학자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1853~1900)를 거쳐 결국 앞서 언급했던 헬레나 블라바츠키의 신지학에 완전히 매료되게 된다. 그 이후 나타난 작품들은 신지학적 신비주의 색체를 농후하게 띠게 되는데, 대표적인 작품이 `법열의 시(The Poem of Extasy op.54)`이다. 단 하나의 악장으로 되어있는 이 작품은 그의 4번째 교향곡이다. 시종일관 신비적이고 몽환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이 관현악곡은 그의 기이한 행적 만큼이나 강렬한데, 스크랴빈은 실제 자신이 `신(God)`이라고 생각했으며 아내가 보는 앞에서 제네바 호수 위를 걸어가려다 익사할 뻔 하기도 하고, 그의 두번째 아내와 함께 하늘을 나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의 공연에 빛을 함께 사용하려고 하는 시도를 하였고 심지어 향기를 표현 수단으로 사용하려고 했다.
그의 대표적인 작곡기법은 소위 `신비화성(Mystic Chord)`라 불리는 것이다. 보통 화음은 무작위로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원리와 규칙을 따르게 되는데 일반적으로는 3도의 음정을 사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가장 일반적인 C Major chord를 보면 낮은 음에서부터 높은 음으로 `도`, `미`,`솔` 이 그 구성음인 것을 알 수 있다. 이 구성음들을 잘 관찰해 보면 모두 상대적으로 3도의 음정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스크랴빈은 그러한 3도의 규칙을 과감히 깨뜨리고 4도 음정을 사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도-미-솔` 대신에 `도-파-시-미`와 같은 파격적 화음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이러한 4도의 음정을 사용하게 되면 신비스러운 느낌의 소리가 나게 되는데 이를 자신의 음악에 적극 활용해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신지학적 법열을 창조해 내려고 한 것이다. 황성곤 배재대 실용음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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